"난민 유입시켜서 내가 굶주려"
난민정책 불만 범인 흉기 휘둘러 홀슈타인 시장 목에 부상 입어
범인이 휘두른 칼에 왼쪽 목을 다친 홀스타인 시장은 “앞으로도 난민을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
파격적인 친(親)난민 정책을 펼쳐온 독일 중서부 알테나시(市)의 시장이 난민 정책에 불만을 품은 시민에게 흉기 테러를 당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DW에 따르면 안드레아스 홀슈타인(57) 알테나 시장은 지난 27일 저녁, 한 케밥집에서 음식을 주문하던 중 이 도시 주민 베르너(56)가 휘두른 34㎝ 길이의 흉기에 왼쪽 목 부위를 다쳤다. 그는 혀 부위에 통증이 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범행 당시 베르너는 시장에게 돌진하면서 "당신은 난민을 유입시켜 나를 굶주리고 목마르게 만들고 있다"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계인 케밥집 주인 부자(父子)가 현장에서 베르너를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경찰 당국은 "명백한 인종 혐오 범죄"라며 "극우단체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홀슈타인 시장은 이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난민 포용 정책을 추진하며 익명의 협박·증오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며 "이번 테러 직후에도 '범인이 옳은 일을 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고 말했다.
홀슈타인 시장은 독일에서 가장 성공적인 난민 정책을 시행한 공로로 지난 5월 대통령으로부터 '제1회 국가통합상'을 받았다. 그는 인구 1만7000명의 소도시인 알테나가 기업 유출과 인구 감소로 경제 침체를 겪자 난민을 돌파구로 삼았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2015년 난민 120여만명을 받아들여 각 지역에 배분할 때 정부 할당 몫(350명)보다 훨씬 많은 450명을 수용했다. 그러고는 시 공무원과 난민을 일대일로 연결해 독일어 강습, 임대주택 저가 임대,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 알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DW는 "알테나 시민 다수는 난민에게 관대하지만, 중장년층에서는 난민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반(反)난민 정서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발생한 베를린 트럭 테러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반난민 구호로 돌풍을 일으켰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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