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를 이끄는 이기흥 회장이 지난 9월27일 충북 진천에서 ‘대한민국 체육 100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열린 국가대표선수촌 개촌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제공 | 대한체육회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되면서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욕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체육시스템의 선진화, 양질의 지도자 육성, 체육인의 일자리 창출 등이 자연스럽게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체육 행정을 통합 관할하는 대한체육회의 재정과 독립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통합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국민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재정 확충 및 정치·사회적인 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법률개정을 통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발행사업 수익금의 배분 방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체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1조4190억원의 구민체육진흥기금 수익금을 거둬들였다. 이 중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스포츠토토)으로 지난해 이 분야에서 1조2070억원을 기록해 전체 수익금의 85%를 차지했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이 체육예산에 미치는 힘은 막강하다. 2010년대 들어 체육 재정에서 국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15%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국민체육진흥기금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의 상당액이 스포츠토토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체육 재정=스포츠토토 수익금’이란 등식을 대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은 시행 초기인 2001년만 해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배분되는 비율이 30%에 불과했다. 2006년까지는 주최단체 지원과 문화체육사업 지원에 각각 10%씩 돌아갔고 나머지 50%가 지난 2002년에 개최된 한·일 월드컵 경기장 건립에 쓰였다. 월드컵 개최 5년 뒤인 2007년부터 기금으로 편입되는 비율이 80%대로 대폭 증가했다. 2014년부터는 법률 개정을 통해 아예 100%가 됐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전부 확보하게 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 중 기금지원사업 80%, 주최단체지원 10% 등으로 분배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기획재정부 검토를 거쳐 국회 승인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정치·사회적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대한체육회는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28.1%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분배 받았다.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통합 이후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스포츠 복지 욕구를 이뤄주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체육계의 주장이다. 이마저도 ‘받아서 쓰는’ 보조금 성격이기 때문에 현재 5%에 불과한 대한체육회의 재정 자립도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와 체육계에선 국민체육진흥법 제29조 제1항의 개정을 통한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 수익금 배분 방법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50%를 국민체육진흥기금 ‘편입 전’에 대한체육회로 정률 배분하는 것이다. 기금으로 편입된 뒤에 받게 되면 돈의 성격이 보조금이 되면서 보조금의 교부 신청 및 교부 결정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금 편입 전에 배분받게 되면 돈의 성격이 수익금이 되면서 대한체육회의 재정자립도 향상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법률개정 후 첫 해가 되는 2019년에 대한체육회가 스포츠토토 수익금 50%를 배분받을 경우 그 액수는 7175억원이 된다. 이는 2018년 예산(약 2700억원)과 비교해 액수론 4475억원, 비율로는 165.7%나 늘어난 금액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렇게 발생한 추가 재정을 통해 체육계 당면 현안으로 꼽히는 체육시스템의 선진화, 체육계 일자리 창출은 물론 대한체육회의 재정자립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스포츠토토 수익금의 50% 배분 비율을 영원히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법률 개정을 전제로 할 경우 향후 10년간인 2019~2028년엔 계획대로 수익금의 50%를 받고, 11년차인 2029년부턴 단계적으로 배분율을 축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어 오는 2040년엔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전혀 받지 않고 완전 자립하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확충된 재정을 바탕으로 중계권, 스폰서십, 투자수익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해 2040년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의 20%를 지원받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내년 2월 폐막하기 때문에 이 금액을 2019년부터 대한체육회로 돌리면 그 규모가 거의 50%에 육박한다. 대한체육회가 스포츠토토 수익금 50%를 기금 편입 전에 확보하더라도 대한장애인체육회나 태권도진흥재단 등 기금 지원을 받는 다른 체육·예술 단체가 손해 볼 일이 없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체육회 예산 편성 때 반드시 정부와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철저히 받고 감사 결과에 대해서 분명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구 1700만에도 불구하고 동·하계 스포츠에 모두 강하고 생활체육 저변이 넓은 네덜란드는 한국 체육의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네덜란드에선 체육투표진흥권 수익금의 70%를 체육회(올림픽위원회)로 돌려 체육 인재들을 화수분처럼 키워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기금 관련 법률개정 외에도 독립성 강화를 위한 관련 법률개정 및 신설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체육회의 임원 중 회장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투표로 선출하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6항의 정부 승인 조항 변경, 제33조6항에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명문화 규정 신설, ‘체육회, 장애인체육회, 도핑방지위원회 및 진흥공단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감독한다’는 제43조 개정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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