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이후 15년 걸렸다… 정현, 프로 테니스 투어 첫 우승

21세이하 상위8명 출전대회 정복, 차세대 대표 주자로 우뚝

테니스 선수론 드물게 안경 착용… ATP는 '교수님' 별명 붙여줘

정현이 12일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젠 ATP 파이널스(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우승을 차지한 다음 챔피언 트로피를 깨무는 시늉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5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MW 오픈(독일 뮌헨)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한 뒤 정현(21·세계 54위)이 말했다. "이제 투어 우승도 사정권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정현의 말이 현실이 됐다. 11일 막을 내린 넥스트 젠 ATP 파이널스(이탈리아 밀라노) 결승에서 정현이 안드레이 루블료프(러시아·37위)를 3대1로 제압하고 우승한 것이다. 이날은 정현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일이었다. 한국 선수가 ATP 투어에서 우승한 건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이형택(41)이 정상에 오른 이후 14년 10개월 만이다.

넥스트 젠 ATP 파이널스는 올해 처음 생긴 대회로 21세 이하 상위 랭커 8명이 출전했다. 이 대회에선 4게임을 먼저 가져가는 선수가 세트를 따내고, 40―40에서 듀스를 없애는 등 테니스 경기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적 규정이 도입됐다. 선심을 없애고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호크 아이'를 전면 도입했다.

랭킹 포인트는 주어지지 않지만, ATP는 결승전에 앞서 홈페이지를 통해 "정현이 투어 대회 첫 결승에 나섰다"고 밝혀 이 대회가 이벤트성 대회가 아니라 투어 대회임을 확인했다. 정현은 우승 상금으로 39만달러(약 4억3000만원)를 거머쥐었다.

정현은 이번 대회 5전 전승으로 첫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테니스계에 이름도 확실하게 알렸다. ATP 홈페이지는 "교수님(The Professor)이 차세대 주자 가운데 정상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테니스 선수 중 흔치 않게 안경을 끼고 경기하는 그는 '교수님'이란 새 별명을 얻었다. 정현은 심각한 약시 탓에 유치원 때부터 안경을 썼다.

결승전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짜증을 냈던 상대방 루블료프와 달리 정현은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경기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아이스맨(iceman)이 러시아의 불을 꺼버렸다"고 표현했다. 정현은 "트로피와 함께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2018년엔 더 멋진 선수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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