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록 |
한경록 '모르겠어' 뮤비에 출연한 홍대 뮤지션들 |
한경록 '모르겠어' 뮤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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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락 솔로 정규 1집 커버 |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홍대 앞에는 '3대 명절'이 있다. 핼러윈(10월31일), 크리스마스(12월25일), 그리고 경록절(2월11일). 경록절은 '말달리자'로 유명한 1세대 홍대 인디 펑크 밴드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40)의 생일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경록의 생일에 홍대 신 뮤지션 100여명이 모여 함께 공연하며 즐기는 파티가 연례행사가 됐다. 그간 김창완, 김수철, 강산에가 '경록절' 게스트였다. 올해는 최백호가 '낭만에 대하여'를 불렀고, 젊은 뮤지션들은 떼창했다.
한경록의 홍대 앞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그는 이 같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홍대 앞 몇 안 되는 로맨티스트이자 낭만 로커다.
홍대 신의 부흥을 꿈꾸는 '홍대 앞 돈키호테'로도 통한다. 20년 넘게 지켜온 홍대 앞이 '문화의 허브'가 되기를 꿈꾼다.
데뷔 21년 만인 오는 25일 발매하는 첫 솔로 정규 앨범의 커버는 말을 타고 풍차로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홍대 삼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탄 그가 '삼거리 풍차'로 돌진한다.
별명인 '캡틴락'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나설 그를 최근 홍대 인근 제비다방에서 만났다. 캡틴락은 '은하철도 999'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의 대표작이자 한경록이 좋아하는 만화 '우주 해적 캡틴 하록'에서 따온 것이다.
지구 침략을 꾀하는 외계인 마존에 맞서는 우주 해적 하록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상상하는 캡틴락과 한경록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자신의 '록 인생'이라고 했다.
이번 앨범에 실리는 신곡 '모르겠어' 뮤직비디오에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뮤지션 60여 명이 출연한 것만으로도 홍대 앞 캡틴의 명성은 입증됐다.
크라잉넛을 비롯 '장기하와 얼굴들' '더 모노톤즈' '갤럭시 익스프레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등 웬만한 록 페스티벌 라인업보다 쟁쟁한 출연자 명단으로 이 뮤직비디오 촬영날은 홍대 인근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Q. 어떻게 '모르겠어' 뮤직비디오에 이처럼 많은 뮤지션이 출연할 수 있었나.
A. "그간 산 술값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웃음). 토요일 오전 10시에 촬영했다. 일반 직장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지만 우리에게는 일어나기도 모이기도 힘든 시간대다. 그런데 60명이 함께 모여 홍대 앞을 행진했으니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 무엇보다 자기 일처럼 나서준 것이 고맙다. '칵스'의 현승이는 자신의 옷 중 가장 화려한 것을 입고 왔다. 김간지는 자신의 성격대로 툴툴거리면서도 해줄 건 다 해줬고, '씨없는수박'김대중은 멋진 모터사이클을 타고 왔다. 사이클을 선수급으로 타는 '레이지본'의 준다이는 사이클을 직접 타고 왔다. 감동적이었다. 모두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캡틴락의 솔로 1집은 크라잉넛 앨범의 거친 펑크 정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캡틴락 왈츠'로 시작하는 이번 앨범은 서정적이다. 더 모노톤즈의 차승우가 피처링한 타이틀곡 '케찹스타(Catch Up! Stars)'는 모두에게 꿈이 있다며 '하늘의 별과도 같은 꿈을 잡으려면 팔짝 뛰어보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고 노래한다. 이와 함께 유쾌한 레게 사운드의 '하하', 캡틴락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배우 알 파치노를 노래한 '알 파치노', 감성적인 '감기', 상수동의 랜드마크 카페에 관해 노래한 '제비다방' 등이 실렸다.
Q. 크라잉넛 앨범과는 상당히 다르다.
A. "지금까지 만들어놓는 곡이 30여 곡 된다. 그 중에서 크라잉넛과 안 어울리는 곡들을 담았다.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나라는 사람의 22년 노하우'를 노래했다. 강렬한 록 이미지로 내가 '세다'는 인상이 강한데 항상 '낭만'이라는 코드는 빼놓지 않았다. 크라잉넛의 20대는 치기 어림이나 허무주의가 강하게 배어 있었다. 이번에는 '케찹스타'에서 알 수 있듯 희망적이다. 내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청춘이라 생각한다. 뭐든지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는 나이대다. 그런 정서를 담고 싶었다. 앨범에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어감을 주는 문장은 하나도 없다."
Q. '인간 한경록'을 만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다.
A. "이번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했다. 꾸미는 멋은 최대한 안 부리려고 했다. 그래서 가사들이 다소 간지럽거나 촌스러울 수 있다. '저 하늘의 별을 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웃음) 하지만 그 자체로 날 것의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1집 솔로 가수다 보니 가창력도 있는 것이 아니다. 목소리 자체에도 진솔함을 담으려고 했다."
Q. 반항아 이미지가 부각되지만 누구보다 따듯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유엔난민기구 후원자이기도 하고, 크라잉넛 멤버들과 함께 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는 음악 축제 '페스티벌 나나'에도 출연했다.
A. "찰리 채플린 같은 위안과 웃음을 주고 싶다. '페스티벌 나다'는 비장애인이 장애를 몸으로 체험하고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는 자리다. 완벽한 암전 상태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 적막감에 긴장이 됐지만 관객과 교감이 되더라. 그런 상황에서 (크라잉넛의 히트곡 중 하나인) '밤이 깊었네'를 불렀다. '따듯한 검은 빛'을 본 것 같았다. 그런 교감이 우리의 원동력이 된다.
Q. 크라잉넛은 22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활동했다. 이번 솔로 활동도 적극 지원해준 것으로 안다.
A. "이번 첫 솔로 앨범은 내게 소중하다. 그런데 크라잉넛은 내 인생 자체다. 좋은 친구들과 무대 위에서 음악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무대 위에서 우리 다섯 명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 말을 안 해도 알 수 있다. 그것 느낄 수 있는 것이 록이다. 그러던 중 '한경록이 혼자 앨범을 내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크라잉넛 스케줄에 방해되지 않게 세션들과 아침에 작업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럼에도 크라잉넛 멤버들 없이는 못 만들었을 앨범이다."
Q. 홍대에서 20년 넘게 있었는데, 그간 변화한 과정이 어떻게 느껴지나?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시선도 있다.
A. "변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씁쓸하게 변한 것이 있다. 특히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일요일 아침에 길거리에 막 뿌려져 있는 호스트바 전단지다. 청춘은 물론 술을 마신다. 나 역시 그렇다. 그리고 쾌락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본하고만 결탁된 쾌락은 봐주기 힘들다. 이번 앨범 커버의 '돈키호테'는 그런 것과 싸워나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홍대 문화가 좀 더 좋은 쪽으로 부흥했으면 하는 꿈을 꾸고 있다. 누군가는 커버 모습에서 나폴레옹이 떠오른다고 하더라. 불가능한 것이 없었으면 한다.(웃음)"
한경록은 문학청년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 수록곡 '두발자전거'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영감을 얻었다. 특히 '새는 투쟁해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문장. 이 세계를 보조바퀴를 뗀 뒤 비틀거리고 넘어지다 어느 순간 중심을 잡고 페달을 밟아 나가는 기분에 녹여냈다.
Q. '두발자전거' 역시 청춘의 에너지가 담겨 있는 곡이다.
A. "'지금도 늦지 않았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 역시 마흔이 넘어 첫 솔로 앨범을 내지 않았나. 넘어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한경록이지만, 그는 정작 음악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독학으로 공부했다. 현재는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다. 약 1년6개월간 건반을 두드려왔다. 쇼팽의 '에튀드' 등을 익혔다.
Q.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 좀 들었다. 이번에 새롭게 배우면서 음악이 즐겁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척박한 상황 속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도 생겨난다. 음악은 끝이 없다. 그래서 캡틴락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모든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저 하늘의 별을 딸 수 있다고 말이다. 기적은 항상 있다. 내가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역시 기적이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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