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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어린이마라톤 참가 하춘화 "어릴 때부터 나눔 생활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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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맡아…"북한 어린이도 돕고 싶어"

연합뉴스

가수 하춘화 씨가 15일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가해 연합뉴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연예계의 '기부 여왕'으로 꼽히는 가수 하춘화(62) 씨가 15일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세이브더칠드런과 연합뉴스 주최로 열린 '2017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석해 참가 어린이와 부모들을 격려했다.

"어린이 여러분은 오늘 좋은 일, 큰일을 하신 거예요. 각기 어떤 마음을 품고 이 자리에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아프리카의 친구들을 살린 거잖아요. 자녀의 손을 잡고 오신 부모님들도 아이들에게 평생 교훈이 될 인성교육을 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는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마라톤 단축 코스 4.2195㎞를 달리며 빈곤국 아동들이 겪고 있는 질병과 기아 문제 등을 체험하고 각종 이벤트 부스에서 지구촌 문제 해결 방안을 고민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춘화 씨는 개막식 단상에 올라 축하 인사를 건넨 뒤 자신의 히트곡 '날 버린 남자'를 열창해 분위기를 돋웠고, 마라톤 코스를 함께 돌며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하 씨는 지난 7월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40여 년 동안 기부와 봉사에 앞장선 연예계의 대표적인 '기부천사'로서는 뒤늦은 일이었다.

"그동안 여러 국제구호단체의 요청을 받긴 했지만 국내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해외 나눔 활동에는 소극적이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3월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아프리카 잠비아에 갔다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보다 앞서 아프리카 봉사에 나섰던 분들이 존경스럽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현지에 다녀오는 일 자체가 큰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어렵잖아요. 어린이들을 돕는 건 어른들의 의무입니다. 국경이나 이념이나 종교를 따질 일이 아니죠. 2019년이면 창립 100년을 맞는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역사에 감동했고 설립자와 활동가들의 취지와 정신에 공감해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1961년 만 6살의 나이로 독집 음반 '효녀 심청 되오리다'를 내며 데뷔한 하 씨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1974년부터 해마다 자선공연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왔다. 2011년에는 대중예술계에 기여한 점과 그동안의 기부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전까지는 남을 도와온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2011년 데뷔 50주년 기념공연 수익금으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다문화가정 자녀 학교(지구촌학교) 건립기금을 기탁할 때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다른 사람들이 본받고 따라 하도록 좋은 일은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제안하셔서 기자들 앞에서 그동안 기부한 돈이 200억 원에 이른다고 털어놓았죠. 그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아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고요. 이제는 지방에서 공연을 펼치면 관객이 보는 앞에서 시장님이나 군수님을 단상에 모셔서 직접 수익금을 전달하며 좋은 데 써 달라고 부탁하죠."

하 씨가 국내에서 도움을 손길을 뻗친 곳은 다양하다. 1974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안양의 나자로 마을에 1천만 원을 기부했을 당시 서울의 100평짜리 집값이 200만∼300만 원 정도 했다고 하니 얼마나 큰돈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난치병 환자,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이 하 씨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고 자활의 꿈을 설계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6년 전 지구촌학교 건립기금을 기탁했을 때라고 한다. 다양한 피부 빛깔과 생김새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감사의 뜻으로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들려주자 하 씨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예전에 우리의 아저씨와 언니 오빠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차별과 냉대에 시달렸잖아요. 혼혈 아동들도 설움을 많이 받았고요. 이제는 동남아 등지에서 '코리안 드림'을 품고 우리나라로 시접 오거나 일자리를 찾아 건너옵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한 분들을 생각한다면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자녀를 괄시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하춘화 씨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마음도 먹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데다 정치적 논란을 빚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긴 하지만 세이브더칠드런과 같은 국제구호기구를 통하면 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다.

"제가 남보다 잘나거나 돈이 아주 많아서 남을 돕는 게 아니에요. 쓸 걸 조금만 줄이겠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도울 수 있죠. 어렸을 때부터 기부와 봉사를 생활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르고 아버지 말씀대로 기부를 해왔다가 나중에 제가 그 덕분에 더 큰 사랑을 얻은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60% 이상이 자선에 동참한다는데 우리나라는 30%가 채 안 된다고 해요.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부모님들이 자랑스럽고, 어린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연합뉴스

15일 세이브더칠드런과 연합뉴스 공동 주최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가한 가수 하춘화 씨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부 문화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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