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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경제학] 취미로 시작한 농촌 일, 1년에 2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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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경제학] 취미로 시작한 농촌 일, 1년에 2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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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농촌 일용직 노동자 25시

일용직(日傭職)은 일반 근로와는 달리 하루를 단위로 지급하는 임금인 일당을 받는 노동자나 고용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간제 노동자를 의미한다. 특정 기간에 시급이나 일당을 받고 일하는 비정규직의 일종으로 임시직, 계약직과는 또 다른 형태의 고용 형태로 ‘일당직’ 또는 ‘날일꾼’ 등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도 엄연한 근로자이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또한 하나의 경제적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일손이 많이 필요한 건설현장과 농촌의 일용직들의 일상과 그들이 하루에 얼마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살펴봤다.

◆ 건설현장… 일당 10만원

12일 새벽4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 모여든 일용직 노동자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12일 새벽4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 모여든 일용직 노동자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4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인근, 어둠을 뚫고 하나둘 모이는 사람들로 금방 시끌벅적해졌다. 서울 구로구 구로3동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일대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인력시장으로 유명하다. 건설 일용직 잡부 업무가 대다수이며, 남구로역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30개 이상의 인력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15년 말까지 퇴직공제에 가입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한 노동자는 약 493만5240명에 달한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한국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약 1만원에서 1만3000원 정도로 집계됐다.

새벽 4시부터 모여든 일용직 노동자들은 5시가 되면 피크타임으로 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때부터 7시까지 봉고차 행렬이 필요로 하는 인원과 업무에 따라 인부들을 태워 현장으로 데려간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처럼 그날 인력을 모두 데려가고 난 후 그날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남겨진 채 못내 아쉬운 듯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오전 6시 남구로역 인력시장을 찾은 30대 박 모 씨는 “오늘 평소보다 조금 늦었더니 일자리를 놓쳤다”면서 “근래에는 중국인들과 조선족들이 인력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박 씨는 “그러나 일부러 한국인 인부들을 찾아 데려가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12일 새벽4시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을 찾은 일용직 노동자들과 그들을 태우고 현장으로 가기 위한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12일 새벽4시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을 찾은 일용직 노동자들과 그들을 태우고 현장으로 가기 위한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12일 새벽 4시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을 찾은 일용직 노동자들과 그들을 태우고 현장으로 가기 위한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남구로역 인력시장의 경우 일반 잡부가 평균 일당 10만원 선에서 책정된다. 이 중 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경우 10%의 수수료를 가져가고 인력업체가 아닌 길거리에서 바로 건설현장에서 데려가는 경우 온전히 일당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1946만7000명 중 월급이 100만원 미만 11.2% 100만~200만원 34.6% 200만~300만원 미만 25.6% 300만~400만원 미만 14.4% 400만원 이상 14.2%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근로자도 고용계약이 1년 이상인 임금근로자나 정규직으로 한정하고 있어 일당이나 시급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 등은 통계에서 빠진다. 일반 잡부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수수료를 제외하고 하루 9만원을 벌어 주말 제외 주 5일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월 180만원의 소득을 올려 전체 임금근로자의 34.6% 비율에 속하게 된다.


인력업체에 등록해 일용직 자리를 구할 경우 자리가 나면 전날 연락을 받아 다음날 출근하는 형식이다. 새벽에 불이 켜진 업체는 그날 중개할 일거리가 있는 업체이고 불이 꺼진 업체는 그날 소개할 일거리가 없는 곳이다.

남구로역 인근 J인력업체 관계자는 “인력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는 것이 확률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중개를 통하지 않고도 일자리를 구하면 수수료를 주지 않아도 되니 이 앞에 수많은 인부들이 모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건설업계 현장관계자는 “건설현장은 타 분야보다 일용직 고용률이 높다”면서 “건설사 자체적으로 구할 수도 있고 하청을 통해 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국인이면서 기술이 있는 전문기술 일용직들의 경우 페이는 더 높아지고(일당 20만원 이상), 조선족이거나 외국인이면서 기술이 없는 막노동자(잡무)들은 평균 일용직 페이(평균 일당 10만원)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 일당(日當) 모아 태산, 하루 최저 8만원~최고 20만원 까지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인력소개전문업체.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인력소개전문업체.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취미로 시작한 농촌 일로 꼬박꼬박 모은 돈이 1년에 2400만원이 넘었어요.”

농촌의 일용직 노동자 일을 3년째 해온 50대 강 씨. 전업주부였던 강 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언니를 따라 처음 농사 일용직 노동자 일을 시작했다. 남는 시간에 취미로 일을 시작했지만 3년째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강 씨는 “농사일 특성상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체력소모가 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돈 모으는 재미에 벌써 4년 차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소위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시작했던 일이지만 어느새 ‘전문’ 농촌 일용직 노동자가 됐다.

일반적으로 ‘인력시장’을 통해 그날그날 필요한 인력을 모집해 가거나, 농촌의 일용직 노동자들을 전문적으로 모집해 수급하는 업체를 통해 일할 수 있다. 구미시와 칠곡군, 달성군, 성주군, 고령군, 합천군, 창녕군 등의 농지가 주변에 분포돼 있는 대구 달서구 송현동에 있는 O인력전문업체의 경우 30명 정도의 고정 일용직 노동자들을 데리고 철마다 다른 농사일을 진행하고 있다.

O인력사무소 소장은 “사무소 간판을 보고 직접 문의가 오는 경우도 있지만 알음알음 기존 노동자들을 통해 일을 소개받기도 한다”면서 “농사일이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의외로 일당이 세서 업체도 늘어나고 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농촌 일용직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특성상 계절이나 기후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진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서 부터 계절에 따라 봄에는 고추 모종과 고구마‧양배추‧봄배추 씨앗을 심고 여름에는 옥수수와 딸기를 수확한다. 가을에는 배추나 무, 상추 모종을 심고, 겨울에는 밭고르기 등의 일을 한다. 보통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일거리가 뜸한 편이다.

업체나 농사 종류, 농주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일은 새벽부터 시작해 오후 일찍 마감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오전 6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면 새벽 4~5시 사이 인력업체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일정 장소에서 만나 봉고에 태워 현장까지 이동한다. 보통 오전 6~7시 사이에 시작해 이른 점심(개인 도시락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과 중간 중간 휴식시간을 더해 오후 4~5시경 일이 끝난다. 그러나 수확물 종류에 따라 일찍 시작해 반나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다. 봄, 여름 딸기농사의 경우 보통 일찍 시작해 오후 1~2시경에 마무리한다.

농촌 일용직 노동자들의 평균 일당은 7만~11만원 선, 손이 모자라고 바쁜 시기(수확기)거나 비닐하우스 작업 등의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농촌일의 경우하루에 18만원을 넘게 받을 수 있다. 반나절 일할 경우에는 3만5000~4만원을 가져가고 중개를 하는 인력업체가 인당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5000원까지 수수료를 떼 간다. 그러나 일당 이외의 소득도 때에 따라 발생한다. 농장주에 따라 개인적으로 5000원~1만원 이상의 일당을 추가해 주기도 하고 그날 수확한 농산물(쌀, 과일, 채소 등)을 나눠주는 것이 흔한 일이다.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D인력공급 업체 관계자는 “하루 전 미리 필요로 하는 인력을 모집해 농가로 이동한다”면서 “최소 10명에서 최대 40명까지 투입될 수 있고 인당 수수료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당에서 미리 떼어 가고 일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농촌에는 갈수록 일손이 부족해 도심 지역에서 사람을 모집해 가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는 손이빨른이모들을 경쟁 인력업체에서 빼돌려가는 일도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노하우! 건설ㆍ농촌 일자리 구하기>

일용직 인력 전문 중개 업체를 ‘적극’ 이용하라

인력사무소는 다양한 분야의 일용직을 소개하는 업체로 전국구로 근로자를 모집하는 대형 업체부터 각 지역별로 운영하는 중‧소형 업체로 구분된다. 인력 업체를 통하면 그날의 일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

건설업종의 경우 서울 구로구 구로동인근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주변에는 전국 최대의 인력시장이 형성돼 있다. 새벽 4시부터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아침 7시가 되면 거의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남구로역 인근에는 대략 30개가 넘는 소형 인력업체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업체에 등록해 미리 일을 배정받을 수도 있고, 인근에 무리를 형성해 직접 노동자를 구하러 오는 현장관계자들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다. 중개업체를 통할 경우 평균 10만원(내국인 또는 기술을 요하는 일일 경우 20만원까지 협의 가능)의 일당 중 10%에 해당하는 1만원을 제외하고 일당을 받게 된다. 직접 그 자리에서 뽑혀 갈 경우 수수료를 제하지 않고 온전히 일당을 받는다. 농촌의 경우 농지 주변의 도심에서 인력을 수급한다. 이 역시 인력사무소를 통해 구할 수 있으며, 평균 일당은 7~10만원 선으로 적게는 5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의 수수료를 제하고 받는다. 그러나 손이 턱없이 부족할 수확기에는 15만원 이상의 일당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농장주가 거두는 수확물을 보너스로 받거나 5000~1만원 일당을 추가로 받기도 한다.

기존 건설ㆍ농촌 일용직 노동자들의 ‘소개’도 황금인맥이다

일용직을 확실하게 중개해주는 인력사무소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주변의 인맥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존 건설‧농촌에서 일용직을 오래 해온 근로자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충분할 만큼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업‧직종을 막론하고 새 사람을 구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기존에 일을 하던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인데, 이를 통하면 업체에 수수료를 적게 내거나 좀 더 쉽게 일을 할 수 있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세계에도 소위 ‘텃세’라는 것이 있는데 인맥을 통해 일을 하게 되면 적어도 초짜가 겪어야 할 텃세를 무난하게 넘길 수도 있다고 한다.

체력과 기술 두 가지 모두 있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

사실 건설업과 농사일 모두 ‘터프’한 일이다. 두 직종 모두 지치지 않는 체력을 요하는데 체력이 부족하면 오래 이 분야의 일을 할 수 없다.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기술까지 있다면 일당은 올라가고 더 인정받는다. 건설 일용직의 경우에는 동바리(높은 건물이나 특수한 건축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하중을 받쳐줄 수 있는 임시 구조물) 악세후로아(전자장비 등 민감한 장비 설치 시 정전기 방지 등의 목적으로 건축물 바닥에서 300㎜ 이상 띄워서 바닥을 설치하는 공사) 전기 보조 닥트 보조(닥트통의 원재료인 함석이나 원통을 운반 등의 심부름) 등의 종류로 나뉜다. 보조 이외의 해당 기술이 있을 경우 일당은 2배 이상 뛴다.

농사일도 마찬가지다. 수확물의 종류에 따라 손이 유독 더 빠른 경우라면 인력업체 현장소장이 눈여겨본 뒤 따로 페이를 더 챙겨준다. 농장주 역시 다음 일이 예정돼 있을 경우에도 더 높은 일당을 부르고 지목한다.

김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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