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SS인터뷰③]조성하 "30대 암흑기 거치며 발상의 전환, 인생 바뀌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조성하가 백발의 섬뜩한 사이비 교주의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만들 수 있는 큰 힘을 아는 조성하여서 가능했다.

지난 24일 끝마친 OCN ‘구해줘’에서 조성하는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 역을 맡아 무고한 사람들을 감금하고 꽃다운 여신도를 겁탈하려는 음흉한 속내를 가지고도 겉으로는 자신이 천국으로 인도하는 신적 존재인양 행세하며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는 자신을 거부하는 임상미(서예지 분)를 힘으로 제압하며 “몸과 마음을 나누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더욱 기가 막히게 했다. 그런 조성하의 흡입력 있는 연기 덕분에 ‘구해줘’가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로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구해줘’를 성공적으로 끝낸 조성하를 만났다.
스포츠서울

-사이비 종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을 하면서도 그렇고, 그동안 다른 작품을 할 때든 인생을 살때든 ‘생각이 주는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그 생각 하나가 우리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구석으로 들어가게 한다. 생각의 변화는 무서움의 힘을 가지고 있다. 사이비 종교로 빠지게 되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의 감정과 그들의 생각을 가지고 이용하고 있는 거다. 그런 부분들을 알면서도 당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거 같다.

-‘생각의 힘’을 피부로 느낀 적 있을 것 같다.
제가 ‘루저’였을 때, 16년, 17년 전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사랑하는 딸이 계속해서 만류한게 기반이 되긴 했지만 결정적인 건 어느날 아침에 서점에서 책을 보는데 ‘당신은 10년전에도 담배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도 담배를 피우고 있고 당신은 10년후에도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이다. ... 당신은 그모양 그꼴로 살수 밖에 없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살 생활 습관과 방식을 가지고 있고, 부자는 부자로 살 생활습관과 방식으로 산다’는 내용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맞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때 바로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의 생각과 습관을 1부터 100까지 다 고치자’ 했다. ‘마음도 외형도 다 바꾸자’ 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하나, 습관 하나 바꿈으로 인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때 필모그래피에도 변화가 왔나.
사실 그 타이밍에 나는 작품 없이 뻔뻔히 살고 있었다. 서른 한살부터 마흔되기 전까지 매일 놀고 있었다. 그래서 저의 인생에서 30대가 없다.
30대가 암흑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았다. 오디션이 있으면 오디션이나 보러 다니고 그랬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삶의 운영방식을 달리 해야한다는걸 조금씩 느끼게 됐다. 그러던 중 생각의 변화, 발상의 전환이 됐다.

내가 배우로서 남들에게 출사표 같은 작품을 꼽자면 먼저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이라는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라 많은 분들은 못보셨을텐데 거의 60이 되는 방송국 국장 역을 송감독이 줬다. 그때 내가 서른 일곱이었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세월에 대한 거짓말은 못하고, 또래의 연기를 하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37살인 내가 57세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사실 그때 역할 하나가 소중할 때인데 그랬다. 그래도 송 감독은 나에게 “꼭 형이 해주세요” 해서 하게 됐다. 그렇게 한 연기였는데 호평을 받았다.

또, 그 작품을 보고 기억을 하고 계시는 한 분이 있었는데 김철규 감독이다. 어느날 전화를 해 “‘거미숲’ 연기를 잘 봤는데 저랑 이번에 큰 역할은 아니지만 같이 한번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요” 라더라. 그래서 (KBS1)‘TV문학관’의 ‘깃발’을 함께 했고. 그 작품 하면서 김철규 감독에게 좋은 인상 줬다. 그래서 (KBS2) ‘황진이’를 하게 됐다. 극중 황진이 엄마를 30년간 지고지순하게 지켜주는 남자가 되고, 황진이의 음악적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멘토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장구 북 가야금 악기를 6개월 동안 배워서 실현을 하면서, 국악인이라는 반응을 얻게도 됐다. 그때 방송업계에서 조성하라는 배우가 있구나 알렸다. ‘황진이’가 진짜 출사표 같은 작품이 됐다.

그렇게 30대 때 팽팽이 놀던 백수가 그 이후로 지금까지 쉬지않고 계속 일을 열심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 ‘황진이’의 윤선주 작가가 그 다음 작품인 ‘대왕세종’에도 나를 써줬다. 그렇게 윤선주 작가와도 인연이 깊고 해서 이번에도 작품끝나자마자 작가가 친히 전화해서 (MBC 수목극 ‘병원선’ 특별출연으로) 도와달라고 하고, (‘병원선’의 주인공)하지원과도 연이 있고 해서 흔쾌히 나가기로 했다.

-30대가 암흑기였다면, 40대는 어땠나? 그리고 이제 50대에 접어들었다.
제가 17살부터 연기하고, 대학 들어가서 대학로에서 서른초반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그때 항해의 틀을 갖췄다면 40대에 열심히 십여년을 살아서 이때 내가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모터를 장착한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제 정말 멋진 바다를 돌아다닐 수 있고 멋진 곳들을 관객들과 시청자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배우로서 이제야 연기가 사랑스럽다.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눈꼽만큼만 더 연기를 잘 하면 좋겠다. 그러면 배우로서 자존감이 더 생길텐데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은 연기를 너무 모르고 한 것 같고, 연기를 너무 살기 위해 한거 같다. 앞으로는 좀더 멋진 연기를 하고 싶다.

-배우로서 큰 그림을 그린다면.
이순재 선생님처럼 되는게 우리들의 로망이지 않을까. 박근형 선생님, 최불암선생님, 그들처럼 그렇게 살 수 잇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그렇게 선택 받는 사람은 퍼센트로 따질 필요도 없이 딱 몇명이다. 그런데 더욱 긴장해야 하는게 40대 전후로 남자배우가 어마어마하다. 좋은 배우가 너무 많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30년 후까지 내가 갈 수 있느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 더 신인의 자세로 살아야겠다.

cho@sportsseoul.com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