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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활자 떠난 '남한산성'의 재탄생 3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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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영화 '남한산성'은 과연 추석극장가를 사로잡을 사극 영화가 될 수 있을까. 원작이 김훈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인만큼 그 재현에 대한 기대감까지 상당하다.

소설 속 소제목처럼 영화 '남한산성'은 중요한 사건의 전환점이 되는 소제목으로 이뤄져 있다. 여섯 캐릭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선과 백성의 운명을 걸고 펼치는 이야기들이 촘촘히 엮여 하나의 커다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위기의 순간에서 김상헌(김윤석 분)과 최명길(이병헌 분), 신념이 다른 두 충신의 논쟁을 중심으로 묵직한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임금'과 '나라'는 무엇인가, 그 안에서 '백성'들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밝힌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남한산성'의 연출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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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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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0년 전의 조선=대한민국

병자호란은 명·청 교체기 시기, 조선이 오랑캐를 배척하는 척화론을 끝까지 고수하다 벌어진 전쟁이다. 현재까지도 한반도는 강대국들 세력 다툼 속에서 위태로운 안보 위기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황동혁 감독은 "영화를 기획하고 만들면서 한국을 둘러싼 외교나 정세가 많이 변화했다. '남한산성' 소설을 읽고, 380년 전의 역사와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아무래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운명이라고 생각되는데 과거를 되새겨 현재를 돌아보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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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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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영화 '남한산성'을 구성하는 커다란 축은 바로 음악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혹독한 겨울에 뒤덮인 남한산성에 완성도를 높이며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이미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마지막 황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에서 영화보다 더 큰 음악의 힘을 각인시켰다.

황 감독은 "'마지막 황제'와 '레버넌트'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음악 감독이 류이치 사카모토더라. 어릴 때부터 레퍼런스가 된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셨던 분이라 함께 작업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영화 '분노'에서도 음악 감독을 하셔서 관련 인터뷰를 봤는데 의외로 훨씬 더 다양한 작업을 원하고, 열려 있는 분이시더라. 용기를 내서 에이전트 통해서 연락을 시도했다. 우리 시놉시스를 받아보시더니 작업을 수락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미국 뉴욕에서 거주 중이기 때문에 결코 작업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영화 촬영만큼이나 황 감독이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이다.

황 감독은 "매일 음악과 피드백을 이메일로 주고 받았다. 두 달 동안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과물이 나왔다. 조금 더 다른 해석으로 접근해 줄 만한 분을 생각해서 류이치 사카모토와 함께 작업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아주 좋은 경험이자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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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남한산성'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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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과 영화 사이

'남한산성'은 소설과 다른 점도, 그대로 소설을 가져온 점도 많다. 일단 김상헌의 최종적인 운명이 역사나 소설과는 다르지만 이 또한 감독의 의도가 녹아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최명길과 '자신은 이것을 깨달았다'며 나누는 대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황동혁 감독은 "실제 역사와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 사건이 김상헌에게 결국 정신적 죽음인 것은 맞다고 봤다. 마지막 최명길과 나누는 대사 또한 소설에는 없는 장면"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신이 삽입한 장면에 대해서도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김상헌이 어떤 사람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왜 그가 질 확률이 높은 싸움을 끝까지 하고자 했을까. 최후의 경우, 큰 시작이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을 것 같고, 내 개인적인 철학이 녹아 있기도 하다"고 의도를 밝혔다.

인조가 청나라 황제 칸에게 굴욕적 항복을 하는 장면에는 일부러 '야사'(민간에서 저술한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참고하지 않았다. 야사에 따르면 당시 인조는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피를 흘렸다고 한다.

황 감독은 "아마 백성들이 왕의 인간적인 수치심과 굴욕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와전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정사 기록에서는 피를 흘렸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 '삼고구배'는 청나라에서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인사법"이라면서 "정사 그대로 묘사를 해보고 싶었고, 너무 자극적으로 그 장면을 다루고 싶지 않았다. 소설에서 보면 인조가 '조선의 흙냄새를 맡았다'고 되어 있다.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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