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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N1★초점]"사이비 ing"…종영 후에 보이는 '구해줘'의 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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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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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통쾌한 장면이 없으면 이내 답답해서 채널을 돌리던 시청자들에게 '구해줘'란 참, 답답한 드라마였다. 탈출과 구출에 수없이 실패하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16회까지 힘겹게 달려온 '구해줘'의 엔딩은, '사이다'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24일 방송된 '구해줘' 최종회는 사이비 종교 구선원과 무지군 '악의 무리'들이 싹쓸이되면서 마무리됐다. 영부 백정기(조성하)와 결혼식을 올린 임상미(서예지)는 백정기가 자신에게 본색을 드러내는 모든 과정을 휴대전화로 녹음하며 증거를 만들었고, 결정적인 순간 한상환(옥택연)이 임상미를 구하러 와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겼다. 임상미에 집착하던 조성하는 불에 타죽는 '형벌' 같은 최후를 맞았다.

'구해줘'는 임상미라는 인물이 어떻게 구선원에서 탈출하는지, 시골촌놈 4인방이 어떻게 임상미를 구출해내는지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드라마가 아니었다. 사이비 종교 세계를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본 것처럼 '재현'하는 것이 목적도 아니었다.

소재인 '사이비'를 두고, 왜 많은 이들이 사이비에 들어가고 어떻게 빠져들며, 도대체 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를 보여줬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정신적으로 약한 임주호(정해균)와 같은 인물들에게 '될지어다'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들의 처절한 외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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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구해줘' 마지막 촬영현장/제작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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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의 구선원 탈출은 그토록 어려웠다. 타의로 시작한 사이비 종교생활이라고 할지라도 어느샌가 이들의 마음 속에서는 의지를 뛰어 넘는 강력하고 간절한 믿음이 생긴다. 그것은 곧 자신의 믿음을 위해서라도, 타인의 탈출을 막아야만 하는 싸움으로 전개된다.

처절하고 철저한 믿음 위에 촘촘하게 쌓아 올린 구선원의 거미줄은 잠시 발을 담갔다가 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선원은 한국 사회의 축소판 격인 무지군을 움직이는 시스템까지 마수를 뻗쳐 놓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했다. 내부에서는 '믿음'의 균열을 막기 위해 살인, 암매장, 폭행 등이 암암리에 자행됐고, 공포를 잊은 조직 안에서 개인의 의지란 무의미했다.

16회라는 큰 그림 안에서 구선원은 새천국은 커녕 참으로 벗어나기 힘든 지옥도였다. 질리도록 구선원을 탈출하고 싶었던 시청자들은 다소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그것이 바로 '구해줘'의 큰 그림이었다. 아무리 탈출하려고 발버둥쳐도 쉽지 않은 '사이비'가 바로 그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구해줘'가 선택한 결말 역시 놀라웠다. 임상미와 그의 어머니 김보은(윤유선)은 사이비를 나올 수 있었고, 백정기는 죽었지만 그것이 곧 사이비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은실(박지영)은 여전히 사이비에 몸 담고 있었고, 임주호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거리에서 전도를 했다. 사이비를 수사하는 경찰서 앞에는 영부가 부활할 것이라는 신도들의 찬송가가 울려퍼졌다. '구해줘'는 끝나지만 결코 사이비는, 그릇된 믿음은 끝나지 않는다는 마무리였다.

이것이 곧 많은 이들이 바라는 '통쾌'한 결말은 아니었을지라도 '구해줘'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가장 최선의 엔딩이었다.
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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