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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팝인터뷰①]‘구해줘’ 조성하 “백정기, 새로운 캐릭터 만들어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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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OCN 제공


[헤럴드POP=장우영 기자] 지금까지 보지 못한 캐릭터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백이었고, 확신에 찬 눈빛과 말투는 없던 믿음도 만들어냈다. 배우 조성하가 만든 ‘구해줘’ 영부 백정기라는 캐릭터는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전에 없던 사이비 교주로 깊게 각인됐다.

조성하는 지난 24일 종영한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에서 영부 백정기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영부 백정기는 두 얼굴의 사이비 교주로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구선원이란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스스로를 영부(영의 아버지)라 칭하며 신자를 유혹한다. 하지만 구원의 배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물욕을 버려야 한다며 신도들의 현금을 갈취하고 여성을 성 노리개로 삼는 파렴치한이다.

‘구해줘’는 원작 웹툰 ‘세상 밖으로’라는 작품이 있다. 하지만 조성하는 자신만의 영부 백정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원작을 보지 않았다. 원작 웹툰 속 캐릭터에 익숙한 팬들은 어색할 수 있었지만 조성하의 노력은 새로운 백정기를 탄생시켰다.

“원작을 보고 접근하면 인물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의외성이 있을 때 재미가 있는건데, 모든 배우가 원작을 보고 캐릭터를 만든다면 한계를 벗어날 수 없죠. 원작에서도 보지 못한 인물을 가지고 와서 부딪히기 시작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원작에서의 백정기는 구부정한 할아버지 느낌이었는데, 저는 좀 더 파워풀한 느낌을 원했어요.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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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색다른 백정기를 만들기 위해 조성하는 무려 16번의 탈색을 강행했다. 의상은 최대한 순백에 가까운 색상으로 준비했고, 눈썹까지 하얗게 만들면서 백정기라는 역사상 최초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또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사이비 종교를 연구했고, 종교 부흥회에 갔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도 ‘구해줘’ 백정기를 만드는 데 크게 한 몫했다.

“백정기를 연기하기 위해 사이비 종교의 자료를 많이 살펴봤습니다. 가장 도움이 된 건 어렸을 때 빵 얻어먹으려고 교회 간 기억이에요. 당시에 부흥 목사를 만힝 보고 한 게 기억에 있어 도움이 됐어요.”

조성하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백정기라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백정기는 작품 속에서 뿐만 아니라 화면 밖 시청자들도 현혹할만한 모습으로 극강의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그런 조성하를 두고 시청자들은 “없던 믿음도 생기겠다”, “진짜 사이비 교주 같다”고 극찬했다. 조성하 역시 시청자의 몰입을 위해 자신만의 철학으로 백정기를 연기했다.

“진정한 사짜는 왔다갔다하면 안됩니다. 그 안에 몰입되어 있어야 하죠. 마지막까지 단 한 사람이라도 믿을 수 있게끔하는 철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정기는 끝까지 자신은 순수 종교인이어야 하고 신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조성하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백정기로서 역할을 다했다. 그의 말투와 눈빛에 구선원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은 마치 실제와 다를 바 없어 시청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그렇다면 조성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과정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 작품을 하면서 ‘생각이 주는 힘’에 대해 느꼈습니다. 생각 하나가 바뀌면서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가죠. 생각의 변화는 글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더 무섭죠. 종교에서, 특히 사이비 종교에서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이용하는 것.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알면서도 당하는 현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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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가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임상미(서예지 분)을 영적 부인으로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공들인다는 부분이었다. 여러 신도가 있었지만 유독 임상미에게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백정기 입장에서는 어떤 종교든 다 탄생신화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백정기 홀로는 스토리 구성이 힘들죠. 임상미는 백정기의 반쪽으로, 반이 들어오면서 완성체가 됩니다. 영부 백정기와 영모 임상미, 그 사이에서 아이까지 생기면 그 집단은 영구히 세속하면서 영위할 수 있죠. 그런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아요.”

온갖 악행의 중심에 있었던 백정기는 결국 마지막회에서 숨을 거뒀다. 권선징악 엔딩으로 ‘구해줘’가 마무리된 것. 16회 동안 백정기로 살아온 조성하는 이 엔딩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개인적인 만족도라고 하면 백정기가 안 죽었으면 했어요. 열린 결말이길 원했어요. 권선징악도 중요하지만 현재 우리 현실은 권선징악이 안되죠. 그런 현실을 직시해서 우리가 조금은 더 긴장하고 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 전반적인 사이비 종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긴장해야 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안식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과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열린 결말이었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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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동안 백정기로 없던 믿음도 만들어낸 조성하는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전에 없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히 표현만 한 게 아니라 극강의 몰입도와 흡입력을 만들어냈고, 시청자들로부터 극찬과 호평을 받으며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새로운 점을 찍었다.

“성격이 다른 인물을 만나게 되면 감사해요. 배우로서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는 건 가장 행복한 일이죠. 백정기는 아무도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고, 그 역할을 최초로 하면서 기준이나 모범은 아니지만 아무도 생가하지 못한 세계를 만들어 냈다는 부분이 가장 큰 기쁨이고 보람입니다. 또, 그걸 보신 분들이 환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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