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유지혜 기자]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극한 상황에서 환자들의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선상 로맨스를 펼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에서는 버스 전복사고 후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송은재(하지원 분)와 곽현(강민혁 분) 앞에 곽현의 전 여자친구 최영은(왕지원 분)이 나타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곽현은 위험을 무릅쓰고 버스 전복사고에서 환자를 구해냈고, 트라우마가 재발해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송은재는 “손이 기억하는 걸 하게 두라”며 끝까지 격려했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곽현은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심폐소생을 거부하는 사인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이후 송은재는 곽현의 생일날 그와 함께 했다. 곽현은 송은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등 호감을 드러냈다. 와인을 마시며 두 사람은 진솔한 이야기도 나눴다. 송은재는 “우리 아버지는 사기꾼”이라며 가족사를 고백했고, 곽현 또한 버스 사고 당지 떠오른 아버지의 기억을 나눴다.
곽현은 그런 송은재에 키스를 했고, “고마워요 당신이 있어줘서”라며 마음을 고백했다. 다음 날 술이 깬 송은재는 당황하며 “우리는 동료”라고 선을 그었지만, 곽현은 송은재의 손목을 잡으며 “지금 떨리죠”라며 마음을 밀어붙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곽현의 전 여자친구이자 약혼녀 최영은이 나타나 송은재는 혼란스러워했다.
한 회에 남녀 주인공의 키스에, 연적까지 등장했다. 그러면서 드라마는 갑자기 삼각관계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청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무리한 로맨스 전개였다.
그간 송은재는 차갑고 냉철한 의사로 그려졌고, 인간적인 곽현은 그런 송은재와 대립했다. 의사로서의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은 몇몇 환자를 함께 돌보면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남녀로서의 교류가 있었다면 글쎄. 워낙 다른 두 사람이기에 호기심을 가진 정도면 몰라도, 술 한 잔에 갑작스럽게 키스를 하는 장면은 문득 이해하기 힘들었다. 특히 그토록 냉철했던 송은재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병원선’은 환자와 감정을 교류하고 진짜 의료인으로 거듭나는 병원선 식구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었다. 배라는 공간이 주는 극한 상황에서 위급한 환자를 살려내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갈수록 ‘병원선’은 기대했던 그림과는 멀어졌다. 무리한 수술 강행, 간호사 비하 논란 등을 빚으며 치열한 의료 드라마라고 보기는 어려워졌다.
“의사들이 또 사랑을 하네”라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다. 개연성만 있다면 충분히 ‘의드’에서도 사랑이 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선’의 로맨스는 개연성이 부족했다. 거기에 ‘왜 굳이 배여야만 했을까’ 의문이 들만큼 평면적인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배라는 훌륭한 설정을 ‘병원선’은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배를 돌리기에는 늦지 않았다. 한국 최초 ‘선상 의료 드라마’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표류한 ‘병원선’이 무사히 그들이 그린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까. / yjh0304@osen.co.kr
[사진] ‘병원선’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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