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 현지 직접 식사 체험기
[일본(오키나와)=박준규 기자] “오키나와는 기록으로 입증된,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자 사람들의 수명이 가장 긴 곳이며, 100세를 넘은 노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작가인 존 로빈스는 ‘100세 혁명’에서 일본 오키나와현(縣)을 이렇게 설명했다. 해마다 700만명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일본의 하와이’ 오키나와. 동시에 이곳은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오키나와는 지역별 평균수명 상위권에 포진했다. 지난 1995년엔 당당히 ‘세계장수지역’을 선포하기도 했다.
오키나와 소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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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장수 비결로는 온화한 기후, 느긋한 삶, 건강식단 등이 거론된다. 특히 자연식에 기반한 오키나와의 향토식은 결정적인 장수 비결이다. 오키나와 전역엔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인 나하(那覇)시 ‘국제거리’에 자리잡은 한 식당을 직접 찾았다.
메뉴판은 다양한 오키나와 스타일의 요리들로 채워져 있다. 대표적인 요리를 두루 맛볼 수 있는 3150엔(약 3만2000원)짜리 코스를 주문했다. 전채로는 토후요우(豆腐よう)가 나온다. 우리말로는 ‘삭힌 두부’쯤 된다. 두부를 오키나와의 전통술인 아오모리에 담가 푹 삭혀낸 것이다. 이 때문에 알콜향이 코를 찌르고, 혀에서는 굉장히 강한 쓴맛이 난다. 다만 두부 자체는 치즈를 연상시킬 정도로 부드럽다.
이어서 하얀 두부가 등장한다. 일본인들이 지마미토후(ジマミ豆腐)라고 부르는 ‘땅콩두부’다. 콩 대신 땅콩을 주재료 삼아 만든 게 독특하다. 고구마, 감자전분 등을 섞어서 아주 부드럽고 졸깃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땅콩두부와 함께 해초무침, 돼지귀무침이 곁들여 나왔다.
오키나와에선 돼지고기도 많이 먹는다. 대표적인 요리는 라후테(ラフテ). 껍질이 붙어있는 돼지살을 간장에 졸여낸 요리다. 전채로 나온 두부처럼 아오모리 술에 숙성하는 과정도 거치기 때문에 고기가 부드럽게 씹힌다.
고야참푸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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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참푸르(ゴヤチャンプル)도 빼놓을 수 없는 오키나와 향토음식이다. 우리는 여주라고 부르는 ‘고야’를 썰어서 돼지고기, 두부, 숙주 등과 함께 볶아냈다. 여주는 천연 인슐린 성분이 들어서 혈당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 다만 쓴맛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먹기가 불편할 수 있다.
식사 막바지엔 오키나와 소바와 영양밥이 나왔다. 오키나와 소바는 메밀이 아닌 밀가루로 면을 만든다. 초록색 해초와 두부가 고명으로 올리간다. 버섯, 당근 등을 넣고 삼삼하게 지어낸 영양밥과 오키나와 소바는 참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채소와, 고기, 해산물 등 갖은 식재료가 고르게 어우러진 밥상이었다. 중간에 튀김요리가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름진 음식이 없는 탓에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 특히나 오키나와 두부의 신선한 맛과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오키나와는 여전히 강한 ‘장수지역’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오키나와는 사실 비만율, 떨어지는 평균수명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서구식 식생활 확산, 낮은 소득수준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등이 거론된다. 오키나와현은 주민들에게 전통식생활을 장려하는 등 장수마을 명예를 되찾기 위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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