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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취재석] 구단 개인주의, 한국야구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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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2000년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에서 우승한 연세대 선수들이 감독을 헹가레치고 있다. 2000-04-14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할 수 있는게 없다.”

고사위기에 놓인 대학야구를 부흥시키지 않으면 KBO리그를 포함한 한국야구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스포츠서울의 보도에 많은 야구인들이 공감을 표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김응용 회장과 김성근 전 한화 감독 등 야구 원로들도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KBO리그 각 구단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깊이 공감하지만 각종 제도를 결정하는 이들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의미다. 냉정하게 말하면 KBO리그 10개구단 경영진은 고사 위기에 처한 대학야구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구단의 이익이나 현실에만 집중한다. 수 년 전부터 대학야구 감독들이 “고교 졸업 예정자들은 육성선수로 영입하지 말고 대학으로 보내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운운하며 불가방침을 내렸다. 구단 입장에서만 보면 당연하다. 육성선수는 이른바 불확실성에 투자를 하는 것인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성장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선수 수급이 원활치 않으면 외국인 선수와 프리에이전트(FA)에게 큰 돈을 지불하고 영입하면 그만이다. 구단 경영진 입장에서는 팀이 성적만 내면 자리를 지키는데 문제가 없다. 아마야구 발전 등은 KBSA나 대학야구연맹 등이 고민할 문제이고, 이 고민을 바탕으로 프로에 수준 높은 선수를 보내달라고 주문하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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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전 경기가 매진됐다. 이날 입장관중 모두에게 빨간색 동백유니폼을 나눠주 사직구장은 붉은색 물결로 가득찼다. 제공 | 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KBSA 김 회장이 취임 공약으로 고교야구 100개, 대학야구 40개 확대를 내걸었는데 아마추어 감독들은 “진학할 곳이 없는데 학생 수만 늘리면 어쩌겠다는 것인가”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프로팀 감독들도 “현행 입시제도나 학원 스포츠 운영 방안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공론의 산물이다. 대학 선수들이 취업을 못하면 고교 선수들의 대학 기피현상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고교야구를 하려는 인원이 줄어 말 그대로 젖줄이 말라 버리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공부하면서 야구할 수 있는, 클럽 스포츠 문화가 일반화될 때까지만이라도 드래프트에서 고교생 쿼터 제한을 두는 등의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역시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KBO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부터 ‘없던 일’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프로구단의 개인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단 통합 마케팅이나 FA 등급제 도입, 2연전 체제 최소화 등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모 구단 핵심 관계자는 “구단마다 생각이 다르다. 철저히 자기 구단의 이익에 입각해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에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다. 야구 전체의 발전은 구단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바라보는 경영진도 있다”고 꼬집었다. KBO 이사회 결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커미셔너의 권한도 아마야구를 사실상 방치하게 된 원인이 됐다. 구단 관계자는 “커미셔너가 의지를 갖고 4~5년, 10년, 15년 이후 KBO리그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아마추어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선수를 육성할 것인지 등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언젠가부터 KBO 총재는 이사회의 뜻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허수아비가 됐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국민스포츠’로 불리는 프로야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체육부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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