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법이다. 8월까지만 해도 1위부터 6위까지 각 순위차가 최대 3.5경기였다. 5위 넥센과 6위 SK도 2.5경기차로 꽤 간극이 있었다. 박빙은 1.5경기차의 4위 롯데와 5위 넥센이었다. 그러나 9월 승부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
KBO리그는 kt가 참여한 2015년부터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됐다. 5강 다툼은 시즌 막바지 최고의 흥행거리였다. 올해도 다르지 않다. 그 재미를 더한 것은 ‘역전극’이었다. 8월까지 순위표는 시즌이 끝난 뒤 같았던 적이 없다. 뒷심이 강했다. 1개 팀만이 아니다. 캐스팅보트를 쥔 하위권도 만만치 않았다.
SK는 9월 들어 8승 4패를 기록하며 LG, 넥센의 추격을 뿌리쳤다. 앞으로 4승만 거둬도 안정권에 들 수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SK, 4번만 더 이기면...
9월 이후 ‘미치는 팀’은 꼭 있었다. 뒷심이 강한 팀이 끝내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2015년의 SK와 2016년의 LG가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SK는 7위에서 5위로, LG는 6위에서 4위로 점프했다. LG는 막판 신바람(9월 이후 15승 1무 10패)을 타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진짜 미쳤던 팀은 그들이 아니었다. 9월 이후 승률 1위는 그 해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다. 2015년 삼성과 2016년 두산은 당시 9월 이후 성적이 각각 17승 10패(0.630)와 17승 8패(0.680)이었다. 상위권 팀(2015년 NC·두산·넥센-2016년 NC)도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했다.
그 점에서 올해는 많이 다르다. 상위권 팀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1위 KIA, 2위 두산, 3위 NC는 7월 22일 이후 흔들림 없는 ‘3강’이었다. 그러나 9월 들어 3개 팀 모두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KIA와 두산은 6승 7패를, NC는 5승 1무 6패를 기록했다. 연패도 경험했다.
상위권 팀이 치고 나가지 않는 사이 예상이 깨졌다. 가장 불리할 것 같던 SK가 5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잔여 경기수가 가장 적다는 핸디캡을 ‘높은 승률’의 장점으로 탈바꿈했다.
SK는 9월 들어 8승 4패로 승률 2위다. 특히, 9일 이후 5승 1패를 거뒀다. 넥센, KIA, 두산을 차례로 상대하는 마의 구간이었다. NC와 마산 2연전 싹쓸이 패 이후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SK는 10일 5위에 등극한 이후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 얼마 전(6일) 하루 천하로 끝났던 것과는 다르다. 15일 잠실 두산전서 다이아몬드가 KBO리그 첫 완봉승을 거뒀지만, SK의 지키는 힘은 타격이다.
9월에만 27개의 홈런을 날린 SK의 팀 타율은 0.321로 1위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는 평균 8.2득점(타율 0.344 11홈런)을 올렸다. 이 기간 SK와 엇비슷한 타격 지표를 보인 NC(타율 0.343 11홈런)가 1승(1무 4패)만 거뒀던 것과 대조적이다(NC의 평균자책점은 9.16). SK의 마운드는 피홈런만 12개로 기복이 있었으나 최대한 버텨냈다(평균자책점 5.00).
SK의 승패 마진은 +6이다. 16일부터 펼쳐질 롯데와 사직 2연전까지 다 잡을 경우, 4위와도 1경기차다. 힐만 감독은 5위 사수가 아닌 4위 탈환을 꿈꾸고 있다.
SK가 4승을 추가할 경우, 넥센은 잔여 7경기를 다 이겨도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없다. 사진=김재현 기자 |
◆LG와 넥센의 복잡해진 셈법
이틀 연속 끝내기 안타 패배를 한 6위 LG와는 2.5경기차다. 7경기 밖에 남지 않으나 이 승차는 가장 잔여 경기(14)가 많은 LG에게 굉장히 큰 부담이다. SK가 잔여 7경기에서 4승을 거둘 경우, LG는 무려 10번이나 더 이겨야 역전이 가능하다.
LG는 1년 전 같은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9월 승률은 0.500(6승 1무 6패)이다. 1년 전보다 1할이 줄었다. LG는 9월 평균자책점이 3.51위로 가장 짠 맛을 과시했다. 하지만 엇박자가 심하다. LG의 9월 타율은 0.259로 9위다.
치고 나가야 하는데 번번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 kt와 수원 2연전 패배는 충격이 크다. LG는 하위권과 4연전 싹쓸이가 필요했던 상황이다. 16일부터 상대할 한화도 부담스럽다. 한화는 5일 두산을 꺾고 3연패를 끊은 뒤 6승 4패를 거뒀다. 앞서 LG의 경쟁팀인 넥센이 한화를 만나 눈물을 왈칵 쏟았다.
넥센은 가을야구가 멀어지고 있다. 9월 들어 딱 2번 이겼다. 승률이 0.167로 최하위다. 6~9위는 1승만 해도 5할 승률이다. 1년 전에도 9월 이후 5할 승률(0.423·11승 15패)에 미치지 못했지만 추락의 정도가 다르다.
11승 3일 KIA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뒤 오히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후 1승 1무 8패를 기록했다. 신재영이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13일 고척 kt전에서만 하이파이브를 했다.
넥센은 뒷심이 부족하다. 마운드는 흔들리며 타선도 결정적인 순간 침묵했다. 5일 이후 팀 타율이 0.228로 최하위다. 출루율(0.295)도 3할에 미치지 못한다. 삼진(97)과 병살(8)은 1위다. 평균자책점이 5.34이나 선발(2.67)과 달리 불펜(9.42)이 문제다.
넥센은 SK와 함께 가장 잔여 경기가 적다. 그러나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넥센은 사실상 전승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가을야구를 장담할 수 없다. SK가 4번만 이겨도 넥센은 탈락이 확정된다.
LG는 kt의 고춧가루를 피하지 못했다. 지뢰밭은 계속된다. 한화, 삼성과도 총 7번을 겨룬다. 사진=옥경화 기자 |
◆지뢰밭 조심
9월 들어 가장 달라진 팀은 kt다. 시즌 최하위는 9월 승률 1위다. 13경기를 치러 9승 4패(0.692)를 기록했다. kt가 월간 승률 1위에 올라있는 것은 시즌 처음이다(4월 8위-5월 10위-6월 10위-7월 10위-8월 9위).
KBO리그 3번째 시즌, kt의 고춧가루는 더욱 세졌다. kt는 9월 연승은 있어도 연패가 없다. 특히, 갈 길 바쁜 팀을 울리고 있다. LG와 넥센의 사정이 다급해진 것은 kt를 만나 연패를 한 뒤였다.
kt는 9월 평균자책점 4.24(3위)와 타율 0.291(5위)로 10개 팀 중 가장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투-타의 기복이 적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동네북 혹은 승리 자판기 같은 오명은 없다.
지난 2시즌과 확실히 다르다. kt는 9월 이후 기준으로 2015년 9승 1무 16패, 2016년 9승 19패를 기록했다. 다른 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 kt는 부진의 터널에 갇혀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13경기 만에 9승을 했다. 1번만 더 이기면 9월 이후 최다 승리를 기록한다.
5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컸지만 이제는 창단 이래 한 시즌 최단 승리 기록까지 바라볼 수 있다. 잔여 11경기에서 7승만 추가하면, 2016년(53승) 기록을 깬다.
kt는 ‘태풍의 눈’이 됐다. 앞으로 KIA(6경기), 두산(2경기), LG(2경기), 넥센(1경기)을 차례로 상대한다. KIA와 두산의 1위 다툼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시즌 막바지 하위권의 반란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 kt가 지난 2시즌과 상반된 행보를 보여서 그렇지, 하위권이 고춧가루를 뿌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봤다. 2015년(LG 12승 1무 12패) 및 2016년(삼성 14승 14패)의 9위는 9월 이후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8위 한화와 9위 삼성은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그렇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회를 얻은 젊은 선수들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9월 성적은 삼성(6승 1무 5패)이 4위, 한화(6승 7패)가 공동 6위다. 13일 대구에서 맞붙은 뒤 한화는 넥센(2승)을, 삼성은 NC(1무 1패)를 제압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NC와 넥센은 각각 2위, 5위와 간극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삼성과 한화는 앞으로 LG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LG의 잔여 14경기 중 50%가 이들이 상대다. 삼성은 LG와 4번을 겨룬다. LG의 잔여 경기 중 최다 상대. 한화 또한 16일부터 20일까지 LG와 3번 맞붙는다.
KIA의 정규리그 우승 도전에는 kt 외 한화 지뢰밭도 놓여있다. 한화는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KIA를 3번 상대한다. KIA와 잔여 경기가 없는 삼성은 두산과 3경기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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