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거의 1년 반 만이네요".
한화의 '빅 베이비' 투수 유망주 김민우(22)가 돌아왔다. 15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것이다. 지난해 5월2일 1군 엔트리 말소 이후 501일만의 복귀. 지난 1년 반 동안 대부분 시간을 서산에서 보낸 김민우는 모처럼 찾은 대전 홈구장 덕아웃에서 "요즘 밤에 추워요?"라며 점퍼를 입을지 말지 고민했다. 아직은 1군에 온 것이 실감나지 않은 표정이었다.
▲ "길었던 재활, 1군이 그리웠습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민우는 "거의 1년 반 만에 1군에 왔다. 1군이 정말 그리웠다. 올라오면 기분 좋고, 뭔가 색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며 웃은 뒤 "몸 상태는 좋다. (투수로서) 100% 완전히 올라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몸은 아픈 곳이 전혀 없다"고 자신했다.
김민우는 지난해 5월 어깨 관절와순으로 기약 없는 재활에 들어갔다. 전도유망한 투수 유망주에겐 날벼락과 같았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선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는 증세로 재활을 중단해야 했다. 연이은 부상으로 힘겨운 시기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6월부터 실전 투구에 나서며 1군 복귀를 그렸다.
김민우는 "재활기간이 길었지만 주위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서산에 쭉 있었는데 코치님들께서 항상 옆에서 챙겨주고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이상군 감독님도 얼마 전 전화를 주셨다. 코치님으로 계실 때 내가 감독님 보디가드였다. 감독님께 '보디가드 너무 안 부르시는 것 아니냐'고 장난으로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1군으로 오게 됐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재활기간 팬들의 응원도 김민우에겐 큰 힘이었다. 그는 "1군이 그리웠다. 1군에서 뛰며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뛴 것이 가장 생각났다. 그런 걸 봤기 때문에 재활을 견뎌내며 잘 준비할 수 있었다. 팬들에겐 늘 감사하다. 팬들이 있어야 제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을 잊지 않고 응원해준 한화 팬들에게도 감사해했다.
당초 한화 스태프들은 김민우의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해 1군에는 복귀시키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민우 본인이 1군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시즌이 끝나기 전 복귀가 이뤄졌다. 김민우는 "내년을 위해서라도 나에겐 중요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1~2경기라도 큰 것이다. 잘 던지든 못 던지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이젠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힘차게 공을 뿌려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 "여기까지 왔는데 뭔들 못하겠어요"
1군 등록 첫 날, 김민우는 불펜에서 대기했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오늘 저 던질까요?"라며 "이왕이면 팀이 크게 이겼을 때 등판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도 등판 시점을 궁금해했다. 그런데 김민우는 1군 복귀 첫 날부터 승부처에 투입됐다. 4-4 동점으로 맞선 7회초 시작과 함께 선발 윤규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김민우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마운드에 오르자 이글스파크 홈 관중들이 크게 환호하며 박수로 환영했다.
첫 타자는 3회 홈런을 터뜨린 마이클 초이스. 하지만 초구부터 145km 직구를 뿌리며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3구 삼진 돌려세우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공 3개 모두 직구였다. 이어 김하성에게 우측 펜스 상단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김원석이 그림 같은 점프 캐치로 김민우를 도왔다. 이에 힘을 받은 김민우는 채태인도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했다. 8회 안타와 볼넷을 1개씩 내주며 1사 1·2루에 내려갔지만 최고 147km 강속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박정진이 실점 없이 막아 김민우는 복귀전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김민우는 승부처 투입에 대해 "나도 놀랐다. 살짝 떨린 게 아니라 많이 떨렸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관중들의 환호가 들려 더 긴장됐다"고 말했지만 긴장한 티 하나 내지 않고 특유의 미소를 머금으며 넥센 타자들을 제압했다. 최고 구속이 147km까지 나왔다는 이야기에 김민우는 "진짜요?"라며 놀란 뒤 "이제 제구만 잡으면 될 것 같다. 제구가 아직은 부족한데 잘 될 것이다. (재활을 끝내고) 이렇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뭔들 못하겠어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오늘 경기는 그동안 노력의 결과물이자 내년 시즌을 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민우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민우가 첫 등판이었는데 자기가 갖진 공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젠 다 털어내고 야구를 즐기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결승 홈런을 터뜨린 팀 선배 하주석도 "오늘은 내가 홈런을 친 것보다는 민우가 던진 것이 의미 있다. 민우에겐 부활의 신호탄이다. 한화의 미래가 밝다. 뜻 깊은 하루"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한화 관계자들도 "민우를 언제 1군에서 볼까 싶었는데 이렇게 건강하게 잘 돌아왔다"며 "선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민우의 복귀를 축하해줬다. 민우도 울컥했는지 목이 메였다. 이상군 감독님 역시 민우를 이야기할 때는 말을 잇지 못하며 감격스러워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의 모든 사람들이 바란 김민우의 성공적인 복귀, 500일간의 시련을 견뎌낸 그에겐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미소를 되찾은 김민우에겐 힘찬 도약만이 기다리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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