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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히딩크측 “카톡으로…” 김호곤 “이게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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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감독직’ 논란 새 국면

“6월19일 전달했으나 연락없어” “당시엔 답변할 위치 아니었다”… 팬들 반응은 축구협회에 부정적

히딩크, 10월 7일 러 평가전 참석

동아일보

“‘∼∼∼ㅎ’로 끝을 맺으며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사진)를 정식 제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내용이 적절하지 않은 데다 그때는 기술위원장도 아니었어요. 답변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회신을 안 했고, 그 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제안을 했다’고 하니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과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이 진실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히딩크 전 감독과 노 사무총장은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서 노 총장은 “히딩크 감독님이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6월에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노 총장은 6월 19일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6월 26일에 선임됐다.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어 고위 관계자는 맞지만 감독 선임 권한은 없을 때였다. 협회는 “위원장 선임 뒤 노 총장이 만나자는 문자를 두 차례 더 보냈지만 최종예선을 두 달 앞두고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선수단 파악 문제 등이 있어 고려하기 힘들었고, 최종예선 감독이 본선에도 가는 것을 결정한 상황이라 김 위원장이 노 총장을 만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본격적인 논란은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매체가 ‘히딩크 감독이 6월 한국 대표팀을 맡겠다고 밝혔다’고 6일 보도하면서 누리꾼들이 ‘히딩크 감독을 복귀시키자’고 들고 나선 것이다. 7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히딩크 감독 복귀설에 대해 질문을 받은 김 위원장이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고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김 위원장은 “회견을 마치고 이동하는 도중 노 총장이 전화를 해 ‘제안을 했는데 들은 바가 없다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하더라. 그리고 14일 암스테르담 기자회견에서 다시 이 얘기를 꺼낸 것이다. 물론 히딩크 전 감독이 6월에 직접 나서서 ‘내가 맡겠다’고 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감독 제안 카톡 문자’를 뒤늦게 공개했지만 대다수 축구팬의 반응은 여전히 축구협회에 부정적이다. 관련 기사에는 ‘김 위원장이 말을 바꿨다’ ‘카톡 제안은 제안이 아니냐’며 인신공격까지 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협회가 나서지 않으니 모금 운동을 해서 히딩크 감독님의 연봉을 주자”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여건에서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본선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 히딩크 감독님처럼 경험과 능력이 있는 분들의 도움은 언제든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한국 축구를 위해 기여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히딩크 전 감독은 다음 달 7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한국-러시아의 평가전 때 경기장을 찾는다. 이 자리에서 신 감독과의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히딩크 전 감독은 2006년부터 4년 동안 러시아 대표팀을 맡은 이후 러시아협회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확실히 오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 전 감독의 직책과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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