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 신인 드래프트’가 1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가운데, 프로 구단들의 지명을 받은 신인 선수들이 한데 모여 선전을 다짐하는 포즈로 기념촬영에 응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예정자들이 홀대받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자까지 포함해 프로 유니폼을 입게된 110명 중 대졸 예정자는 단 18명뿐이다. 전체 16% 수준이다. 전국 31개 대학에서 207명의 졸업예정자가 사실상 유일한 취업 공채에 응시했지만 단 8%만이 관문을 통과했다. 지명을 받은 선수들 가운데서도 47%에 해당하는 8명은 사실상 기대를 받지 못하는 8~10라운드에 지명됐다. 프로 스카우트들은 “대졸 예정자들에 대한 냉담한 반응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량이 기대를 밑돌고 성장속도도 고졸 신인들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감독은 “사실 야구부가 학교측의 눈엣가시로 전락한지 꽤 됐다”고 말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인원이 많고 고가의 장비를 활용해야 해 운영비가 많이 들어간다. 대학리그 자체 인기도 사실상 없어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데 취업율까지 낮으니 운영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모 감독은 “각 대학이 대부분 긴축재정을 하고 있다. 비용을 줄이려면 가장 먼저 운동부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야구부가 첫 번째 타깃”이라고 한탄했다. 수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프로출신 감독들조차 “우승해도 기사 한 줄 나가지 않으니 학교 측에서 ‘야구부 운용 무용론’을 제기한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KIA 타이거즈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1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를 마친 뒤 기념촬영에 응하고있다. KIA는 2차 드래프트 1순위로 세광고 김유신, 2순위로 성남고 하준영, 3순위로 부산고 이원빈, 4순위로 경기고 오정환, 5순위로 경성대 윤희영 등을 선택했다. 김도훈기자 mycall@sportsseoul.com |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대학 야구부가 사실상 제 기능을 상실한다고 가정하면 그 파장은 고스란히 고교 선수들에게로 확대된다. 올해 드래프트에 신청한 고졸 예정자는 754명인데 이 중 82명만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전체 졸업 예정자의 약 10%만 조기취업에 성공했다. 나머지 90% 중 대부분은 대학 진학을 재도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대학 야구부가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체육특기자전형도 폐지되면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고졸 선수들은 갈 곳을 잃는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학생선수들에게 학습권을 보장하는 정책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전국대회 성적이 대학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유소년 때부터 취미로 야구를 할 수 있는 클럽 문화가 최소 고교 1학년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리틀야구로 대표되는 클럽 야구는 중학교 이후부터 엘리트 야구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국대회 성적이 지상 목표인 고교에서도 엘리트 선수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진학제도 개선 없이 저변확대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넥센 히어로즈의 신인 2차 1순위로 지명을 받은 상무 김선기(왼쪽)와 KIA 타이거즈의 2차 1순위로 지명받은 세광고 김유신이 1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 플래시 세례를 받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때문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 10개구단뿐만 아니라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단이 체계적인 유소년 클럽 시스템을 운영하고 3군과 대학리그의 통합, 실업야구 부활 등으로 고교 졸업 후 프로 입문에 실패한 학생 선수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산학협력으로 대학 야구부와 KBO리그 구단이 선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고사해가는 대학리그를 살리고 아마추어 야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한국형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서둘러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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