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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보고도 압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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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 인증 받으면 유통 가능…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경찰청은 지난 8일 중앙전파관리소와 함께 '몰카(몰래 카메라)' 범죄에 쓰일 수 있는 위장(僞裝) 카메라 취급 업체에 대해 합동 단속을 했다. 몰카 범죄가 급증하자 몰카 기기 수입·판매 업체를 상대로 불법 행위를 적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부산 부전동 전자상가 등 전국 301개 업체가 대상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법 위반으로 적발한 업체는 7곳, 압수한 불법 기기는 60여 개에 그쳤다. 이마저 카메라가 몰카 범죄에 쓰일 수 있는 위장 카메라인지 여부와는 무관했다. 단속 기준은 전파법상 적합성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였다. 몰카 기기 유통 자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몰카 판매상들은 "위장 카메라라고 전부 몰카 범죄에 쓰이는 건 아니다. 전파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불법도 아니다"며 반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압수한 몰카는 안경, 시계, 단추, 자동차 리모컨, 넥타이, 담뱃갑, 옷걸이 등 생활용품으로 위장된 것들이다. 몰카가 아니라면, 일반인이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들이다. 이런 기기도 국립전파환경연구원의 '전파 적합성 평가'를 마친 뒤 기기 인증을 받았다면 모두 합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몰카 대부분은 전파 기기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며 "단속을 나가서 몰카를 봐도 압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면 기기 인증만 하면 몰카를 무분별하게 유통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 등 12명은 지난달 몰카 기기의 제조·수입·판매·광고 등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익 목적이 명확하고 악용의 우려가 없는 위장 카메라에 대해서만 제조·수입·판매·배포를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것이 법의 핵심이다. 허가를 받지 않고 위장 카메라를 취급하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겠다는 것이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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