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입 女안심보안관 1년]
50명이 적외선 탐지기 동원, 화장실·탈의실·샤워장 '수색'
"몰카, 지하철역·거리에 많다… 보여주기식 사업" 비판 나와
市 "몰카 안 나오는 게 좋은 것… 보안관 숫자 100명으로 늘릴 것"
◇6만여 곳 뒤지고도 실적 '제로'
서울시 여성 안심 보안관이 여자 화장실 앞에 ‘점검중’ 푯말을 세우고 몰카가 있는지 탐지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파·적외선 탐지기로 화장실 곳곳을 점검한다. /서울시 |
서울시는 몰카를 뿌리 뽑고,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서울형 뉴딜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여성 안심 보안관 제도를 만들었다. 경력 단절 여성, 취업 준비생 등 20~60대 여성 50명을 채용했다. 서울시가 정한 생활임금(시급 8200원·식비 포함)과 출장비 등을 받고 최대 23개월간 주 3일(하루 6시간) 근무하는 조건이다.
여성 안심 보안관들은 2인 1조로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에 배치됐다. 관내 청사, 공원 등에 있는 여자 화장실과 탈의실 등을 다니며 몰카를 찾는다. 공공시설은 특별히 신고가 없어도 전수조사한다. 사유 시설의 경우 점검 요청이나 허락을 받으면 간다. 몰카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도 벌인다.
보안관 1개 조는 몰카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탐지하는 전자파 탐지기, 몰카 렌즈를 탐지하는 적외선 탐지기를 갖고 있다. 전문 보안업체들이 쓰는 이 최신형 장비는 몰카를 감지하면 경보음을 낸다. 보안관들은 화장실 변기 주변과 나사, 창틀, 휴지통을 뒤진다. 탈의실 열쇠 구멍과 샤워기 등도 확인한다. 보통 화장실 한 곳을 점검하는 데 30분 안팎이 걸린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화장실과 탈의실, 샤워장 등 총 6만5000여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정작 몰카는 찾지 못했다. 몰카 적발 실적이 0건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들의 지지를 노린 보여주기식 사업'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몰카 범죄가 의외로 적게 벌어지는 화장실과 탈의실에 너무 인력을 집중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3~2016년 몰카는 지하철 역 및 열차(26.2%)와 길거리(15.6%) 등에서 많이 적발됐다. 화장실과 탈의실은 경찰이 집계하는 주요 몰카 범죄 장소에서 아예 빠져 있다.
◇서울시 "실적 없어도 예방 효과"
서울시는 올해 이 사업에 예산 7억여원을 배정했다. 시 관계자는 "몰카를 찾아도 안 나오는 게 가장 좋은 일"이라고 했다. 여성 안심 보안관들이 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몰카 설치를 억제하는 예방 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얘기였다. 보안관들의 탐지 실력은 경찰이나 사설 보안업체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보안관들은 매달 보안업체 전문가에게 몰카 설치 장소와 신종 몰카 등에 대한 교육도 받는다.
보안관들은 상가·모텔·노래방 같은 사유 시설을 제대로 탐지할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몰카를 발견하면 곧바로 구청에 보고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일부 업주는 몰카가 나왔다는 소문이 나면 손님이 끊기는 등의 피해를 볼까 봐 점검을 허락하지 않고 사설 업체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내년에 여성 안심 보안관 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보안관 숫자도 지금의 두 배인 100명으로 늘리고, 예산도 더 투입한다. 활동 방식은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권진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주무관은 "구역별 보안관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늘면 더 많은 시설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으로도 점검 신청을 받는 등 활동 영역을 민간까지 넓히겠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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