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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멀찍이서 여자손님 찰칵… 카페 종업원 '몰카'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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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 "성범죄자로 엄벌해야"

경찰, 신체부위 강조 사진 등 없어 '성적 수치심 유발' 입증에 고심

이모(36)씨는 지난 6월부터 두 달쯤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 인근 한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그는 노트북을 보거나 야외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성 손님들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가늘기만 한 허리는 동족 생산의 관점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나 나는 그 비효율에 너무나 강하게 끌린다' '여인들은 수컷에게 화려하게 도도하다' '섹시·관능 그리고 일하는 사람의 멋짐이 동시에 느껴졌다' 등 성적(性的) 주관을 담은 글도 함께 띄웠다.

이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선 "몰카에 찍힌 여성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하다"며 "이씨를 성범죄자로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제 카페도 여자 아르바이트생만 있는 곳으로 가야 하나", "몰카 무서워서 카페도 이제 맘 놓고 못 가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수사대는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경위 등을 조사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개인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사진과 함께 올렸을 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에게 몰카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고심 중이다. 일반적으로 몰래 사진을 찍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경우 성폭력특례법 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씨가 찍은 사진의 경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 유발'을 했는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확대해 찍거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을 찍으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동기가 있었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이씨가 올린 사진에는 민소매 셔츠나 핫팬츠 등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근접 촬영은 하지 않았다. 노출이 심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해 찍은 사진도 없었다. 경찰은 "이씨가 쓴 문구도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참고사항이 될 것"이라며 "입건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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