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선 원장의 한약 이야기
침향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팥꽃나뭇과에 속하는 나무에서 분비된 나뭇진이 침착돼 굳어진 부분을 말한다. 그런데 이 나뭇진으로 인해 나무의 비중이 커져 물에 가라앉고, 태우면 특유의 그윽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시원한 향이 나기 때문에 ‘침향’이라고 불린다. 나뭇진은 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각종 병원균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액체 물질로 사람으로 치자면 상처에 난 진물 같은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통되고 있는 침향은 물고기로 비유하자면 자연산과 양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원 종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애초에 침향은 나무에 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처 부위에 모인 나뭇진이 수백·수천 년에 걸쳐 응결된 귀한 덩어리를 말한다. 이런 자연산 침향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며 구하기도 힘들다.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는 침향을 손쉽게 얻기 위해 인공적으로 나무에 상처를 내 분비를 촉진시키거나 침향나무를 벌채한 뒤 땅속에 묻어 나뭇진이 없는 곳을 썩힌 다음 많은 부분만 채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대량 생산된 침향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돼 유통된다. 결국 침향은 품질이나 무게, 등급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침향은 항암 효과가 있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항산화 물질인 베타-셀리넨(beta-selinene), 신경안정 효과가 있는 델타-구아이엔(delta-guaiene),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알파-불레젠(alpha-bulnesene) 등의 물질을 함유한 데다 뇌출혈과 심근경색 예방이나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침향은 풍수(바람이 폐에 들어가 생기는 기침)나 독종(독한 종기)을 낫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냉풍으로 인한 마비, 토사곽란(구토와 설사로 배가 심하게 아픈 증상), 쥐가 나는 것을 낫게 한다고 한다. ‘풍수와 독종’은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기와 염증 질환을 말한다.
침향은 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내려주며 신장을 따뜻하게 해 양기를 보하는 효능이 있는데, 필자는 임상에서 폐 질환과 심장 질환에 침향을 활용해 많은 효과를 봤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폐섬유화증, 폐기종 등 난치성 폐질환 환자에게 침향과 사향이 첨가된 약을 함께 처방한 후 환자의 심폐 기능이 크게 향상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침향은 단독 처방의 경우 소음인에게 좋은 약이지만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따라서 복용 전에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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