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책임자들 항소심서 1년 감형·무죄

신현우 前옥시대표에 6년刑

존리 前대표 증거부족 또 무죄

독성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옥시 등 제조 업체 관계자들이 26일 항소심에서도 1심 때처럼 실형 판결을 받았다. 다만 피해자들과 합의한 부분이 참작돼 1~2년씩 감형(減刑)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영진)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김진구 전 옥시 연구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조한석 옥시 연구소장은 징역 5년, 최은규 옥시 연구원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 업체인 세퓨 대표 오유진씨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들 모두 1심보다 1~2년씩 형이 줄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옥시 제품을 제조한 정의웅 한빛화학 대표는 금고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눈 앞의 수익에 급급한 나머지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독성 물질을 섞은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피해를 일으킨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옥시는 2001년부터 독성 물질인 PHMG를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했다. 옥시의 제품이 인기를 끌자 다른 업체들도 옥시처럼 PHMG를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 제품으로 177명(70명 사망), 세퓨 제품으로 27명(14명 사망)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또 옥시와 세퓨가 가습기 살균제를 팔면서 '인체에 무해하여 흡입 시에도 안전'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안전한 세퓨가 소중한 우리 가족을 감염으로부터 지켜드립니다'라는 허위 광고를 한 점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감형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들과 합의해 배상금이 지급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 대표였던 존리씨에게는 1심에 이어 다시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존리씨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고 이를 묵살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위원회 측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죽은 사람만 100명이 넘는데 형이 오히려 줄어든 것은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며 "검찰은 추가 수사를 해서 존리씨의 유죄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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