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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통념 깨는 KIA의 ‘극장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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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KIA 김선빈(왼쪽)이 25일 광주 SK전에서 9회말 2사 후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친 뒤 김주찬의 환영을 받고 있다. K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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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승 투수, 베테랑 포수, 확실한 4번타자, 똘똘한 톱타자, 철벽 마무리. 흔히 야구계에서 꼽는 우승의 5대 요건이지만 KIA 앞에선 이런 상식도 무너지고 있다. 5가지 가운데 KIA가 내세울 만한 건 4번타자 최형우와 헥터 노에시ㆍ양현종이 이끄는 선발 투수 정도다. 포수 김민식과 톱타자 이명기가 기대 이상의 활약 중인데 올 시즌 꽃을 피운 선수들이다. 마무리를 포함한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6점대로 10개 구단 가운데 최약체다.

하지만 KIA는 시즌 60승 고지를 선점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역대 최강 화력으로 무장한 타선이 모든 걸 상쇄하고 있다. 이달 초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신기록을 달성하는 기간 초전 박살의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다면 최근엔 막판 뒤집기로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25일 광주 SK전에서도 KIA는 9회말 투아웃까지 0-2로 패색이 짙어 시즌 첫 4연패 위기에 놓였지만 ‘9번 수위타자’ 김선빈이 SK 마무리 박희수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린 뒤 연장 10회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지난 19일 고척 넥센전에는 8회까지 1-2로 뒤지다 9회 이범호가 역전 2점홈런으로 팀을 구하는 등 최근 대부분의 경기가 접전 끝에 승부가 갈렸다. 김기태 KIA 감독도 “요즘 팬들이 KIA 야구 재미있다고 하신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흥미로워했다.

역전승의 쾌감은 짜릿하지만 불펜이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1~22일 롯데전 연패는 KIA의 허약한 불펜 현주소를 보여줬다. 21일엔 3-2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 양현종에 이어 7회초 등판한 임창용이 동점을 내줬다. 8회 투입된 김진우 역시 롯데 앤디 번즈에게 홈런을 맞았다. 22일은 선발 팻 딘이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음에도 9회초 등판한 임창용이 또 실점을 했다. 결국 0-1로 패했다. 이틀 연속 1점차 패배였다. 25일에도 6-0으로 앞서던 경기를 한 때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KIA는 전통적으로 타격보다는 마운드가 강한 팀이었다. 전신 해태를 합쳐 1983년(0.268)과 1988년(0.283) 딱 두 번 팀 타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개 구단 중 팀 타율 9위(0.286)였고, 심지어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한 2009년에는 팀 타율 꼴찌(0.267)였다. 하지만 당시엔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한 김상현과 득점왕 최희섭의 쌍포가 있었다. 유동훈, 곽정철, 손영민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위력적이었다.

올 시즌 KIA 타선은 지뢰밭이다. 25일 현재 압도적인 팀 타율 1위(0.309)인데 리딩히터 김선빈(0.384)을 필두로 2위 최형우(0.367), 5위 이명기(0.345), 8위 안치홍(0.330), 15위 버나디나(0.322)까지 3할을 훌쩍 넘는 타율을 기록 중이며 최형우는 타점 1위(86개), 버나디나는 득점 1위(84개)에 올라 있다. 그 동안 KBO리그에서 팀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한 경우가 3번(1987ㆍ2015ㆍ2014년 삼성)있었는데 KIA의 지금 페이스라면 역대 최고 팀 타율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KIA발 극장야구’가 불안한 불펜을 만회하고 있는 셈이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현대 야구에서 마무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통계가 최근 미국에서 나온 적 있는데 KIA가 입증하고 있는 올시즌”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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