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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남북 단일팀, 현장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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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에서〕 스포츠팀 김창금 기자

단일팀 뜻 좋아도 현장과 교감해야

선수들 보다듬고 이해·동의 구해야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의 장웅 아이오시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무주/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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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스포츠 교류를 정부 입장으로 공식화했다. 내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성화의 북한 구간 봉송, 남북 공동입장 등을 북쪽에 제안한 것은 적극적인 행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24일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은 남북관계의 숨통 구실을 하는 스포츠를 상징한다.

보수정권 집권 때마다 고조되는 남북 갈등으로 불안했던 국민들은 새 정부의 긴장 해소 노력이 반갑다. 아이오시나 경기단체별 세계연맹도 기본적으로 평화올림픽을 지향한다. 올림픽을 통해 교류가 활성화되고 지역의 평화로 이어진다면 아이오시로서도 평창올림픽은 주목할 만한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녹록지 않다. 당장 북한이 출전권을 딸 수 있는 종목이 피겨스케이팅의 페어 종목 정도여서 공동입장의 모양새는 잘 나지 않는다. 쇼트트랙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북한의 유망주를 속성 지도해 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쌓도록 돕거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위한 세부사항 조율을 위해서는 남북체육회담이 열려야 한다. 그러나 협상의 주체인 대한체육회는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밑그림이 없다.

여자아이스하키팀 단일팀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북한의 실력이 월등하지 않은 만큼 팀 엔트리(23명)에 북한의 우수 선수 2~3명을 추가해 25~26명의 엔트리로 확대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팀 엔트리와 달리 벤치에 앉아 실제 뛰는 경기 엔트리(22명)는 아이오시나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일지라도 늘리기가 힘들다. 선수 전원이 투입되는 종목의 특성상 남북 단일팀에만 2~3명의 선수가 더 뛰게 되면 게임의 공정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단체경기는 팀워크가 중요하고, 전술훈련을 위해서는 합숙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밥도 같이 먹고 수다도 떨고, 함께 자면서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 몇개월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올림픽 무대에서 단일팀 정신을 살린 남북 자매의 감동의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미래가치다. 새 정부가 공을 들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단일팀과 관련해 정부 쪽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올림픽을 치러내야 할 협회나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스하키팀 감독이 캐나다 출신 외국인이어서 한국의 정치 논리보다는 팀 분위기를 우선시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아이스하키대표팀을 찾아가 선수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주인공이라고 인정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면 좋겠다. 스포츠가 정치적 힘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우리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마음부터 잡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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