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좋은 배우’로 사랑받기 위해 지녀야할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연기적 신념이다. 어느새 데뷔 14년차의 배우 남상미도 연기자로서 단단한 뚝심을 지녔다. ‘얼짱 스타’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발했던 만큼 그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주조연 출연작을 거치며 예상과 달리 쓴 맛을 볼 때도 많았고, ‘얼짱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것 이상으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럼에도 남상미는 ‘캐릭터보다 작품’이라는 뚝심을 묵묵히 지켜갔다. 그리고 MBC ‘개와 늑대의 시간’(2007) ‘빛과 그림자’(2011), SBS ‘식객’(2008) ‘인생은 아름다워’(2010) ‘결혼의 여신’(2013)과 최근 출연한 KBS 2TV ‘김과장’까지 호평 받은 작품들을 필모그래피에 남기면서 빛을 발한 그의 신념에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뿐만 아니라 tvN 예능 ‘집밥 백선생3’에 출연해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면서 남상미는 과거의 수식어는 완전히 날려버리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고 있다.
▲‘롯데리아 걸’에서 ‘여배우’로 거듭나다
남상미의 시작은 ‘롯데리아 걸’이었다. 2002년 한양대 앞에 있던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 매장은 남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르바이트생인 남상미를 보기 위해서다. 결국 남상미는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전률이 빨라야 할 패스트푸드점에서 한번 들어오면 자리를 떠날 줄 모르는 남학생들이 많아 영업에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 전화위복이란 게 이런 걸까.‘한양대 롯데리아 걸’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남상미에게 연예계 러브콜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2003년 MBC 드라마 ‘러브레터’로 연예계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얼짱 스타’로 배우의 길을 걷게 된 남상미에게 20대는 고민의 시간이었다. 항상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았다. 청순한 미모로 인기를 모았던 만큼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들도 전부 그런 이미지를 따라갔다. 제한적 이미지의 캐릭터들을 모두 제외하고 작품을 찾으려고 하면 선택지가 없었다. 대중이 원하는 남상미의 모습은 이미 정해져있었고, 제작자들은 안전한 답안지만을 받으려고 했다. 지금은 “어찌됐든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일이고 공식적으로 예쁘다고 인정받는 것이니 ‘얼짱’ 수식어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며 웃을 수 있게 됐지만, 당시 남상미에게는 숙제이자 도전이었다.
“‘남상미가 연기하니까 이런 캐릭터일 거야’라고 계산이 서는 것을 깨고 싶었다. 그건 내가 풀어내야할 숙제였다. 연기 스펙을 늘리든지 뭘 맡겨도 잘 해낸다는 믿음을 주든지.” 이를 위해 남상미가 선택한 방법은 작품을 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 자신이 보여지는 게 많은 작품보다 어떤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나갔다.
▲‘인생작’을 만나다
결혼과 출산 이후 2년 만에 대중 앞에 설 작품을 고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이 최근 종영한 ‘김과장’. 여자주인공이 타이틀롤인 작품도 있었지만, 현시대 대중들에게 위로가 될 드라마라는 생각에 선택했다고.
극중 TQ그룹 경리부 윤하경 대리를 맡았던 남상미는 자신의 캐릭터가 멜로에 주력하지 않고도 사건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 여주인공이 되길 바랐다. 사회적 애환을 얘기하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사랑 때문에 감정소모를 하는 것은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소비적인 부분이라는 판단이었다. 남상미는 제작진에게 과감하게 “멜로 없는 드라마”를 제안했고,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남상미의 판단은 옳았다. ‘김과장’은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드라마로 크게 호평을 얻었고 경쟁작이었던 ‘이영애의 복귀작’을 뛰어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상미는 똑부러지는 성격으로 사이다를 선사하고,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연기 내공을 빛냈다. 이에 ‘남상미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얻으며 배우로서 숙제를 풀어내는데 성공했다.
▲#‘아내’, 그리고 ‘엄마’ 남상미
‘얼짱 스타’로 시작해 당당히 ‘배우’ 타이틀을 달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남상미에게 또 하나의 타이틀이 생겼다. 지난 2015년 동갑내기 사업가와 결혼, 같은 해 11월 딸을 출산하면서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을 살게 된 것. 결혼을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단단해진 자신을 느낀다고 전했다.
육아와 연기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딸이 엄마가 배우인 걸 아나보다. 엄마를 (촬영장에)잘 보내줘 힘들게 하지 않는다. 효녀다”라고 딸바보의 면모를 한껏 드러냈다. 남편에 대해서도 “내가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밤에 대본도 맞춰준다”며 든든한 지원군임을 자랑했다.
이렇게 남상미는 14년여의 세월을 거쳐 한 명의 여배우이자 아이 엄마로 성숙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 작품 신인의 마인드”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 “나의 좋은 에너지를 작품에 녹여서 대중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인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통해 따뜻함을 드리고 싶다”는 변함없는 뚝심이 배우로서 남상미의 지금보다 더 긴 앞날을 기대케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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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이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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