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찬스 많은 9번 타자 마음에 든다"
홈런 신고한 김선빈 |
(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겨 준 조 매든 감독은 투수를 8번 타자로 즐겨 배치한다.
팀에서 타격이 가장 약한 선수가 9번 타순에 들어가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판단이다. 올해도 매든 감독은 44경기 중 38경기에서 투수를 8번 타자로 기용했다.
그가 이렇게 타순을 짜는 건 그만큼 9번 타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야구는 잘 치는 타자 타순에 가능한 많은 주자가 나가 있어야 득점에 유리하다.
9번 타자가 출루하면 1번 타자부터 이어지는 타순에서 다득점을 기대할 만하다. 그래서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발 빠르고 타격 센스가 좋은 김상수를 '또 하나의 테이블 세터'로 부르며 9번 타순에 배치했다.
최근 KIA는 '3할 타자' 김선빈을 9번 타자로 쓰는 '호사'를 누린다. 김선빈은 타율 0.349(152타수 53안타), 1홈런, 28타점, 22득점으로 리그 타격 6위에 올라 있다.
특히 김선빈은 9번 타자로 나왔을 때 성적이 더 좋다. 20경기에서 타율 0.394(71타수 28안타), 1홈런, 18타점이다. 50타석 이상 소화한 리그 9번 타자 중 단연 타율 1위다.
요즘 KIA는 김선빈이 출루해 상대 투수를 흔들어놓고, 상위 타선에서 그를 홈에 불러들이는 '득점 공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선빈이 직접 찬스에서 해결사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
2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은 '매운 9번 타자' 김선빈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김선빈은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활약해 9-3 승리를 이끌었다.
김선빈은 0-0으로 맞선 2회 초 1사 3루에서 한화 선발 이태양의 몸쪽 공을 기다렸다는 듯 잡아당겨 왼쪽 담을 넘어가는 시즌 1호 홈런을 쳤다.
홈런 신고한 김선빈 |
1군에서 마지막 홈런이 2013년 5월 25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이었던 김선빈은 1천460일 만에 손맛을 봤다.
이태양의 실투가 아니었다. 몸쪽 공이 올 것을 알고 기다렸던 김선빈의 수 싸움 승리다.
김선빈은 "이태양이 지난 경기부터 몸쪽 공을 많이 던져서 들어올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플라이라도 치자는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 홈런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3회 초 2사 1, 3루에서는 4-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우익수 앞 안타를 때렸고, 7회 초 1사 3루에서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이날 경기 4타점째를 올렸다.
김선빈이 한 경기 4타점을 쓸어담은 건 2011년 5월 29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2천187일 만이다.
최고의 하루를 보낸 김선빈의 목표는 상위타선 승진이 아닌 '리그 최강의 9번 타자'다.
그는 "9번에서 생각보다 찬스가 많이 온다. 주자가 있을 때 집중이 잘 돼서 지금 타순이 좋다. 상위타순보다는 지금 9번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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