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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홍상수 ‘그 후’ 칸 영화제 첫 상영 … 2000석 매진, 기립박수 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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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에 빠진 남성, 세 여성 해프닝

“홍 감독 영화 정수 살아나”“다소 산만”

엇갈린 평가 속 평론가 평점은 높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며 더 많은 영감을 받고 있다.” 연인이자 배우 김민희와 함께한 네 번째 영화 ‘그 후’로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57) 감독의 말이다. ‘그 후’가 첫 공식 상영된 22일(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의 2000여 개 좌석은 금세 만석이 됐다.

‘그 후’는 불륜에 휘말린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과 세 여성의 해프닝을 그린 92분여 흑백영화다.

봉완은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책임지려 들지는 않는다. 홍상수 영화로는 드물게 ‘그 후’에는 포옹 이상의 애정신이 없다. 대신 ‘홍상수표 멜로’의 정공법을 되살렸다.

특별한 장치 없이 주고받는 대사만으로 서로 간의 긴장감을 고조하는 롱테이크 신이 절묘했다. 극 중 부부를 연기한 권해효와 조윤희는 실제로도 부부 사이. 봉완이 자신의 출판사에서 일하는 내연녀(김새벽)에게 “예쁘다”라는 대사를 남발하거나, 봉완의 외도 상대를 오해한 아내가 엉뚱한 직원(김민희)을 구타하는 등의 장면에선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상영이 끝난 후에는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홍 감독을 향해 환한 미소로 손뼉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상 가능성의 척도로 알려진 기립박수는 4분여 이어졌다. 경쟁부문 진출작으로 앞서 상영된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4분이었다. 2004년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이끌어낸 10분여 기립박수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영화에 대한 현지 평가는 다소 미온적이다. “홍상수 영화의 정수가 잘 살아났다”(할리우드 리포터)는 호평과 “어떤 경지를 엿보기는 힘들다”(버라이어티)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를 발간하는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아가씨’로 칸을 찾은 김민희는 단연 눈에 띄지만, 홍상수 영화를 오래 봐온 예민한 관객에겐 이번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고 두서없게 느껴질 것”이라고 평했다. ‘옥자’에 별 다섯 개 만점을 줬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 후’에 별 셋을 줬다.

반면 40여 명의 평론가가 참여하는 스페인 영화 사이트 ‘투다스 라스 크리티카스’에서 ‘그 후’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7.69점으로 24일 현재까지 상영된 공식 경쟁 진출작 중 가장 높았다.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홍 감독의 또다른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는 지난해 칸영화제 기간 중 촬영돼 화제가 됐지만 “홍상수 팬들을 위한 에피타이저”(버라이어티)란 소소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베니티페어’가 강조하듯 홍 감독처럼 칸영화제에서 한 감독이 한 해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일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홍 감독은 2010년 제63회 영화제에서 ‘하하하’로 주목할만한시선 대상을 탔지만, 경쟁 부문에는 2011년 ‘다른 나라에서’까지 후보로만 세 번 올랐을 뿐 수상은 번번이 불발됐다. ‘그 후’ 공식 상영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가 정말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중반으로 접어든 칸영화제에서는 공식 경쟁 진출작 19편 중 11편이 공개됐다. 미카엘 하네케, 토드 헤인즈 같은 거장과 젊은 감독들의 개성 강한 장르 영화가 다채롭게 어우러졌다는 평가지만, 아직 압도적으로 지지 받는 걸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 세계 11개 매체가 참여하는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는 작품은 4점 만점에 3.2점을 기록한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러브리스’다. 이혼을 앞둔 부부가 갑자기 사라진 열두 살 배기 아들을 찾아 나선 이야기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된 정병길 감독의 액션 영화 ‘악녀’는 주연을 맡은 김옥빈의 액션에 대한 칭찬과 허술한 스토리에 대한 혹평이 엇갈렸다. 70주년 칸영화제는 오는 28일 폐막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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