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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슬럼프 늪 탈출 벼른다 … ‘배고픈 악어’ 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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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서 세계 1위 탈환 의지

작년 ‘그랜드슬램’ 뒤 심신 지쳐

코치·후원사 등 바꾸고 심기일전

곧 태어날 둘째 아이도 새 원동력

맞상대 해본 정현, 잠재력 뛰어나

지금 모습 꾸준히 유지하기를

중앙일보

[사진 라코스테]


“세상에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두 명 있었다. 로저 페더러(36 )와 라파엘 나달(31 ). 그들은 일류였고 나는 이류 저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여러 명의 최고선수 중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 제1의 테니스 선수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다.”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사진)는 2013년 펴낸 책 『이기는 식단(원제 Serve to win)』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코비치는 꿈꿨던 대로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됐다. 호주오픈(6회)·프랑스오픈(1회)·윔블던(3회)·US오픈(2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12차례나 우승했다. 세계랭킹 1위는 물론 역대 통산 누적 상금도 페더러(1억399만195달러)와 나달(8357만3172달러)을 제치고 1위(1억894만597달러·약 1227억원)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니스 선수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조코비치를 22일 모나코 몬테카를로 클럽에서 열린 프랑스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의 후원 계약식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라는 수식어를 가졌지만, 동네 테니스 코트에서 뛰는 일반인처럼 소탈하고 친근했다. 이날은 조코비치의 서른 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라코스테의 상징인 악어 크리스탈을 선물 받고는 “설마 이 악어가 지금 배고픈 건 아니겠죠?”라며 황급히 물러나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최근 전 세계랭킹 1위 앤드리 애거시(미국)를 코치로 선임했는데.

A : “어렸을 적 내 꿈이 실현됐다. 애거시는 내가 동경했던 선수였다. 그는 리턴(랠리 도중 상대 코트로 공을 받아 넘기는 것)이 가장 좋았는데, 나의 리턴도 그가 구사했던 것과 굉장히 비슷하다. 또 애거시 역시 랭킹이 많이 떨어졌다가 다시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의 끈질긴 회복력을 배우고 싶었다. 코트 밖에서는 가정에 충실하며 자선 활동을 하는 매우 겸손한 사람이라는 점이 나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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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노박 조코비치 [라코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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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슬럼프가 길어지는 것인가.

A : “지난 1년 동안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큰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원래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지면 몇 주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경기에 집중했다. 나쁜 기억들을 빨리 지워버리고 회복하는 타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달라졌다. 당시 무척 행복했지만, 동시에 매우 힘들고 지쳤다. 아무래도 프랑스오픈 우승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승패를 떠나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는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28일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에서 올 시즌 최고의 나를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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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는 지난해 5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그토록 원했던 커리어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 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우승 트로피는 단 한 개. 세계 1위 자리도 앤디 머리(30·영국)에게 내주고 현재 2위로 떨어진 상태다. 그는 앤드리 애거시(47)를 코치로 선임하는 등 절치부심 하고있다.



Q : 가정에 신경쓰느라 훈련에 소홀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A : “3년 전에 아빠가 됐다. 올 가을엔 둘째가 태어난다. 부모가 되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 테니스 선수의 인생도 변했다. 훈련을 등한시하고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등 부정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코트에서는 열심히 훈련하고, 집에 들어가면 라켓을 내려놓고 아빠와 남편 역할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잡는 것은 중요한 숙제다. 나를 비롯한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그 균형을 잡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이제 아들 스테판(3)이 관중석에서 나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아들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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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노박 조코비치 [라코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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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Gluten-free Diet)를 여전히 하고 있나.

A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루텐(밀·보리 등 곡류에 있는 불용성 단백질)'이란 단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2010년 나에게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소화가 안 되고 무기력해지는 등 체력이 심하게 떨어졌다. 영양사의 조언에 따라 즐겨 먹던 피자·파스타는 물론 유제품과 설탕도 끊었다. 글루텐이 없는 빵과 견과류, 과일 등을 먹으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테니스를 하는 동안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는 항상 해야 한다."




Q : 20대 젊은 선수들이 쭉쭉 자라고 있다. 한국의 정현(21·한체대)도 유망주로 꼽히고 있는데 전하고 싶은 말은.

A : “정현과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대결한 기억이 난다.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였다. 최근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더라. 정현은 겸손하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시아 선수들이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그 모습 그대로 꾸준히 유지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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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가 세계 정상에 오른 뒤 글루텐을 뺀 그의식단이 관심을 모았다. [맨스 피트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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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밝히자 조코비치는 반갑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앤디 로딕(미국)과 이벤트 경기를 위해 서울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이형택이 인사말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외국어 배우는 걸 좋아하는 조코비치는 이날 영어·프랑스어·세르비아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인터뷰를 했다.



Q : 테니스 선수로서 많은 걸 이뤘다.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지는 않은가.

A : “재단을 만들어 유치원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는 세르비아 아이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아직 ‘테니스 선수’라는 직업을 바꿀 생각은 없다. 테니스는 네 살 때부터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다. 지금은 테니스에 집중하려고 한다.”


모나코=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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