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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POP이슈]욱씨→김과장→자체발광, '오피스 히어로'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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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욱씨남정기' '김과장' '자체발광 오피스' 스틸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꼴값(甲)' 저격 드라마 전성시대다. KBS 2TV '직장의 신'과 tvN '미생'을 잇는 오피스 드라마가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길 가다 발에 채는 게 월급쟁이고 유리지갑만큼이나 투명한 게 그들의 일과인데 뭐가 특별하냐고? 막무가내 갑(甲) 타도 전문 히어로들이라면 다르다.

◆ '욱씨남정기' - 大갑질의 시대 을들의 생존기

지난해 3월 방송된 JTBC '욱씨남정기'(극본 주현/연출 이형민)는 갑질의 시대를 살아가는 을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러블리 코스메틱 사람들과 마케팅본부장 욱다정(이요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나 대기업인 황금화학의 횡포에 시달리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애환을 다뤄 호평받았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3.191%(닐슨)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 '김과장' - 헬조선 탈출 희망자, 의인되다

최근 불어닥친 오피스물 열풍의 중심은 단연 KBS 2TV '김과장'(극본 박재범/연출 이재훈 최윤석)이다. 지난 1월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돈에 대한 천부적인 촉을 가진 ‘삥땅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더 큰 한탕을 위해 TQ그룹에 입사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부정과 불합리와 싸우는 과정을 담았다. 부패한 대기업의 민낯 폭로는 물론, 한국을 떠나 덴마크로 이주하려는 김성룡을 통해 '헬조선'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건드렸다. 이에 힘입어 김과장은 자체최고 시청률 18.4%를 기록하며 수목극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 '자체발광 오피스' - 갑질 전문 슈퍼 을의 탄생

먹이사슬의 최하층 을에서 슈퍼 갑이 된 경우도 있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극본 정회현/연출 정지인 박상훈)다.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 은호원(고아성)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특히나 시한부란 설정을 신파용이 아닌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그리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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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씨남정기' '자체발광 오피스' '김과장' 포스터


'욱씨남정기'와 '김과장', '자체발광 오피스'는 공통점이 있다. 주인공이 을에 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며, 이들이 속이 시원해지는 활약을 펼친다. 쫄쫄이 수트 대신 양복을 입었고, 그 흔한 초능력 하나 없지만 이들의 전투력은 슈퍼히어로 부럽지 않다.

대세가 된 '오피스 히어로'는 88만 원 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의 애환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상 최고 스펙들만 모인 게 요즘 젊은 세대다. 각종 자격증에 어학점수 취득은 기본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될 수 있었다는 정규직은 요즘은 하늘에 별 따기다. 결국 갈곳이 없어진 청년들은 기본적인 노동 조건도 지켜지지 않는 계약직으로 내몰리고, '을질'을 감수한다.

이는 회사원의 삶을 다룬 이야기가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시청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수월하다. '갑질'이 난무하고 '을질'이 만연한 곳에서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을 이어가는 이들은 '오피스 히어로'들의 활약을 보며 열광한다. 비록 그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라도 상관없다.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니까. 짜릿한 대리만족만 느낄 수 있다면 괜찮다.

시청자를 사로잡은 '오피스 히어로'들, 어쩌면 이러한 현상은 어엿한 직장에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는 샐러리맨으로 사는 것조차 '미션 임파서블'이 되어버린 세상을 향한 항변은 아닐까.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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