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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보이스’ 이하나, 대본 읽고 악몽 꾼 사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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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그 표현은 아닌 것 같아요. 잠시만요.”

배우 이하나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신중한 태도였다. ‘보이스’는 그만큼 소중했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좋았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질문을 여러 번 곱씹고, 차근차근 답했다. 말미에는 “대답 좀 잘 한 것 같죠?”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12일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 종영 이후 이하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가 극중에서 연기한 112센터장 강권주와 180도 달랐다. 건강함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이하나는 특수 분장을 한 출연자의 모습에 깜짝 놀랄 만큼 여린 면모가 있었다. 강권주는 위기 상황에서도 피해자를 돌보는 강인함이 있었지만 동시에 외로움이 묻어나는 인물이었다. 이하나에게선 포근함과 여유가 느껴졌다.

강권주는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여성 캐릭터였다. 멜로가 전혀 없었던 ‘보이스’에서 강권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 편에 선 정의로운 경찰이었다. 이하나는 “히어로물에 나오는 여전사 캐릭터를 좋아한다. 그런 역할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면서 “작가님과 감독님(김홍선PD) 덕분에 끝까지 민폐 없는 캐릭터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 전 김홍선 PD는 이하나에게 영화 ‘시카리오’를 권했다. 여성 FBI요원이 전 멕시코 검사와 협업해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내용으로, 에밀리 브런트가 FBI요원 케이트 역을 맡았다. 인물의 여성성 보다는 경찰로서 갈등하는 과정이 밀도 높게 그려졌다. 이하나는 “여성의 미를 신선하게, 색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112센터에서 머리를 풀어도 상관없지만 늘 묶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하나는 ‘보이스’ 때문에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는 ”원래는 대사를 다 외워야 잔다. ‘보이스’는 대본을 보고 자면 악몽을 꾸더라. 이번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대본을 외웠다.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이 됐다“고 웃었다. 그는 극중 전신 화상으로 사망한 이주승을 언급했다. 그는 ”분장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면서 ”방송으론 그 리얼함이 10분의 1도 표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든 이들의 고생 덕분일까. 드라마는 5% 시청률을 넘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드라마 특성상 야간 촬영이 많았지만, 뜨거운 성원은 힘이 됐다. 이하나는 ”부산에 있는 폐고에서 은별이 납치 사건 에피소드를 촬영했다. 그날은 회식을 하자고 했는데 밤 신이 많아서 쉬지 않고 촬영했는데도 날이 새버렸다. 회식도 못하고, 시간에 쫓겼지만 모두 얼굴에서 불안함 보다 안정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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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이스’를 통해 이하나 만큼 주목 받은 배우가 있다. 연쇄살인범 모태구 역의 김재욱이다. 중반부 정체를 드러낸 김재욱은 후반부 장혁(무진혁 역), 이하나와 격렬히 대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하나는 최종화에서 극중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김재욱과 대면하는 장면을 기억에 남는 신으로 꼽았다.

“현장에서도 김재욱 씨가 인기였어요. 사실 전 동의한 적이 없었어요. 저에게 김재욱 씨는 모태구였으니까요. (웃음) 그런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크러시’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정말 멋있었어요. 방송에도 그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것 같아 기뻤어요.”

한겨울 추위와 압도적인 대사 분량이 그를 괴롭혔지만, 정작 다른 고민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바로 강권주 캐릭터에 대한 표현법이었다. 이하나는 “원래 작가님에게 따로 연락을 하지 않는데 답답한 마음에 마 작가님께 전화해 고민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는 “강권주의 시종일관 침착한 응대 태도가 실제 직원의 매뉴얼인데, 시청자가 과연 알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천천히 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3화부턴 리얼리티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템포를 빨리 했다”고 말했다.

이하나는 ‘보이스’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은 구성원들의 조화였다고 말했다. “아빠”라고 잘 못 부를 만큼 의지했던 장혁, 그에게 과자를 슬쩍 쥐어주며 “맡기는 거야”라고 말하던 카메라 감독 등 이하나는 고마웠던 이들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그는 김홍선 PD를 ‘츤데레’라고 표현했다. 그는 “극중 장혁 오빠를 구하러 간다고 차로 달려가는 신인데, 발라당 뒤로 넘어졌다. 스스로 너무 웃겨서 크게 웃었다. 그 현장을 담은 영상을 봤는데 감독님만 저를 걱정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가 전해졌다.

그 흔한 ‘욕구불만’도 없었다. 빠듯한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배우들은 대부분 촬영하면서 여행이나 휴식 등 ‘간절한 무엇’이 있다고 말한다. 이하나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여행도, 음악 생각나지 않았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괜찮다는 건 저에게 굉장히 큰일이거든요. 무언가 끝나면 스스로 상을 주려고 하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조화로웠던 ‘보이스’ 팀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

가수로 돌아오기 위해 앨범 준비 중이라는 이하나. 배우로서 다음 작품에 대해 물어보니 ‘보이스’ 같은 작품이란 답이 돌아왔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내보지 않은 목소리도 내봤고, 해보지 않은 대사도 해봤어요. 이런 캐릭터를 더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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