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2 (수)

김진욱, 힐만 감독 "야구에는 승패보다 중요한 게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kt 김용국 코치(가운데)가 훈련에 앞서 선수들과 함께 조별 미팅을 하는 가운데 김진욱 감독이(왼쪽 세 번째) 조용히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색 고민이다. KBO리그를 위한 발전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지적에 짐짓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신임 사령탑들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kt 김진욱, SK 트레이 힐만 등 외부에서 온 신임감독들이 플레이 외적인 부분을 더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kt 김진욱 감독과 SK 힐만 감독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선수들에게 “존중 받고 싶으면 상대를 먼저 존중하라”고 강조한다. 예의와 배려를 기본소양으로 갖춰야 진정한 프로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인식 기술위원장도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을 이끌 때 “한국 야구 전체를 변화시키려면 아마추어부터 기반을 잘 다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닌 예의다. 인성교육을 등한시한 채 야구 기술자만 양산하는 체제에서는 결코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서울

kt 김진욱 감독이 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메사 슬로안파크에서 가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스포츠서울 DB)


지난해까지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김 감독은 “밖에서 야구를 보며 두산 감독 때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발견했다. 특히 kt에 부임해 처음 훈련할 때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타격이나 수비훈련 도중 동료가 실수를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놀렸다. 한 두 명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농담섞인 비난이 날아드는 모습을 보며 ‘큰일났다’는 생각을 했다. 김 감독은 “억눌려 있던 선수들일수록 동료가 실수하는 모습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려는 심리가 있는 듯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 아닌가. 사랑과 존중을 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상대를 존중한다. 이런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 선수들은 비난이나 놀림 대신 칭찬을 해야한다. 김 감독은 “경기 중에도 투수가 던진 공이 상대 타자의 옷깃만 스쳐도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라고 얘기했다. 우리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선수가 야구 잘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힘들게 훈련했는데 경기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주눅드는 게 국내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벤치 눈치 볼 것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시범경기에서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교감을 위해 연습경기 중에도 더그아웃에 들어가지 않으며 분위기 쇄신에 열을 올렸다.

스포츠서울

16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SK 힐만 감독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힐만 감독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니혼햄 감독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미국에서만 야구를 했다면 그저 ‘야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험을 통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은 처음이지만, (승패와 결부되는)야구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만날지에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람을 깊이있게 사귈 수 없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상대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우선 존중이 필요하다. 한국은 처음이니 한국 (야구)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상대를 존중해야 나도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범경기를 시작한 힐만 감독은 마산과 광주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에서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상대팀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그는 “나는 이방인이다. 원정경기는 당연히 방문객이기도 하다. 먼저 가서 인사하고 서로 교감을 해야 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신뢰, 존중 두 가지 모두 얻기 어렵다. 홈에서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는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 점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데 대화만큼 효과적인 도구도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신인급과 베테랑을 한 조로 묶어 어린 선수들이 베테랑의 A부터 Z까지를 파악해 선수단 전체에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일화는 힐만 감독이 신뢰와 존중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극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구만 잘하면 됐던 한국 야구가 변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