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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SK 힐만 감독 "아시아 야구, 질문 생활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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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14일 사직구장에서 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경기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직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선수들이 질문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아시아야구가 세계 야구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강압적인 지도 방식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아마추어 때부터 강요 중심의 교습법이 정착돼 있어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사령탑을 지낸 힐만 감독은 KBO리그의 특성을 파악하는 중이다. 19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KIA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힐만 감독은 “10년 전 아시아 야구와 지금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일본을 떠난지도 10년이나 지났고 한국은 이제 적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을 떠난 직후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지휘봉을 잡은 힐만 감독은 지난해까지 휴스턴 벤치코치로 생활하는 등 10년 동안 빅리그에서만 몸 담았다. 아시아 야구가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하기에는 떨어져있던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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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WBC 네덜란드와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네덜란드 야수들이 2회초 2사 1,2루 상황이 되자 마운드에 모여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대신 빅리그의 트렌드 변화는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본 다른 나라 투수들은 커터, 투심 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 등 이른바 ‘변형직구’와 스트라이크존 위로 날아드는 하이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체인지업이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커브볼러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트렌드다. 힐만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빅리그 감독이나 투수코치가 ‘낮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자들의 기술이 향상됐고 특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콘택트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패스트볼이지만 히팅 포인트에서 좌, 우, 아래로 변화하는 공을 던져야 내야 땅볼이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힘대 힘의 대결에서 투수가 타자를 완벽히 제압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다.

다만 무턱대고 낮은 변형 직구를 던져서는 안된다. 힐만 감독은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낮게 날아드는 공과 적합한 경우도 있다. 무조건 ‘낮게’ 던질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투구를 해야한다. 때로는 스트라이크존 위로 날아드는 회전이 제대로 걸린 패스트볼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KBO리그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몸쪽 높은 공’을 전략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투수들은 어릴 때부터 공을 높게 던지면 지도자들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프로가 된 이후에도 ‘높게 던지는 것’에 거부감을 갖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는 투수들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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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1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진행된 훈련 중에 서진용을 껴안으며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힐만 감독은 “10년 전 일본에서도 느낀점이지만 아시아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질문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게 야구의 본질이다. 그러려면 대화가 필요하다. 누구든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로는 감독이 틀리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하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빠르게 변하는 야구 트렌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힐만 감독의 생각이다.

주입식, 도제식 교육에 익숙한 야구인들의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KIA 김기태 감독도 “감독이 틀린 얘기를 하면서 ‘내 말 맞지?’라고 물으면 자신있게 ‘예!’라고 대답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제발 말을 듣고 생각을 한 뒤 대답하라. 감독이 틀린 얘기를 하는데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발전이 이뤄지겠느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 역시 “소통하는 문화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올 해 안에 문화가 정착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의식이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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