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의식해 초반에 너무 힘 뺀 듯
“2시간5분, 6분대 선수가 5명이나 나왔다. 새 기록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충분히 성공한 대회다.”(황영조 채널A 해설위원)
마라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내 개최 대회 최초로 2시간5분대 벽이 깨질 것으로 전망했다.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9·케냐·청양군청·사진), 마크 코리르(29·케냐) 등 2시간5분대 기록을 보유한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다. 35km 지점까지 이들을 포함한 8명이 무더기로 선두 그룹을 유지하자 채널A를 통해 레이스를 해설하던 황 위원(47·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이 “마지막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하면 새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 이유다. 지난해 대회 기록(2시간5분13초)을 세운 에루페는 32km 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고독한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우승은 2시간8분대 기록을 갖고 있던 에이머스 키프루토(25·케냐)의 차지였다.
황 위원은 에루페가 부진했던 것이 새로운 기록이 나오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초반인 5km 지점부터 지난해보다 기록이 뒤졌지만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막판 스퍼트가 좋은 에루페라면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봤는데 지난해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규훈 삼성전자육상단 감독(65)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에루페는 힘을 아꼈다가 후반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자신의 기록 경신을 너무 의식했는지 초반부터 페이스메이커보다 앞서 나가는 등 무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감독과 황 위원은 새로운 기록이 나오려면 보다 정교한 페이스메이커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 감독은 “기온도 적당하고 바람도 거의 없어 달리기에는 좋은 날이었다. 페이스메이커가 초반부터 지난해보다 빠르게 달렸다면 새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고 아쉬워했다. 황 위원은 “페이스메이커 4명이 나란히 달리다 30km 지점에서 임무를 마쳤는데 그중 2명이 힘을 아꼈다가 35km 지점까지 끌어 줬다면 우승을 예상했던 선수들의 각축이 더 볼만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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