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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직장여성 "더 이상 귀여움은 필요없어"…OL의 애환 표현한 '레츠코' 인기

아시아투데이 이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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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직장여성 "더 이상 귀여움은 필요없어"…OL의 애환 표현한 '레츠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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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리오의 인기 캐릭터 ‘레츠코’. 출처=/https://www.sanrio.com

일본 산리오의 인기 캐릭터 ‘레츠코’. 출처=/https://www.sanrio.com


아시아투데이 이미현 기자 = 일본 여성들이 40년 역사의 ‘헬로 키티’를 버리고 귀엽지만은 않은 레서판다 캐릭터 ‘레츠코’를 선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BBC는 최근 ‘OL(office lady)’로 불리는 일본 직장여성들 사이에서 귀여움으로 무장한 캐릭터 헬로키티 대신 분노를 폭발시키고 감정을 드러내는 판다 캐릭터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새로운 캐릭터 ‘레츠코’의 인기는 여성에게 ‘귀여움(카와이)’을 기대하는 일본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일본에서 소녀들은 ‘착한 아이’가 되려면 용모에서 태도까지 귀여운 것을 포함해 소년들보다 높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1975년 탄생한 ‘영국 여학생’ 캐릭터인 헬로키티는 이러한 일본식 귀여움의 대명사가 됐고 현재도 교육용 동영상에 등장하며 장수하고 있다.

그러나 헬로키티를 성공시킨 캐릭터 전문기업 산리오가 최근 내놓은 레츠코는 다르다.

특별할 것 없는 사무직에 종사하는 25세 직장여성으로 설정된 레츠코는 평소에는 귀여운 캐릭터 얼굴을 하고 있지만 화가나면 사악해보이기까지 하는 무서운 얼굴로 변한다. “이 회사, 언젠가 그만두고 말겠다!”고 속으로 외치며 혼자 노래방에 달려가 헤비메탈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공격적인 레츠코(Aggressive Retsuko)’를 줄인 ‘아그레츠코(Aggretsuko)’로도 불리는 이 캐릭터는 겉으로는 고분고분하고 친절한 여성을 연기하지만 속으로는 울화가 쌓이고 있는 일본 직장인 여성들의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레이카 카타오카는 “25세때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며 “나도 회사에서 저런 식으로 독을 내뿜고 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찰리 시카자키라는 무대이름을 쓰는 가수는 “일본 여성들은 언제나 적절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받으며 이중적인 면을 갖게 된다”며 “산리오의 캐릭터는 겉으로는 귀여워 보여도 속으로는 공격적인 면을 지닌 우리들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표현한 점도 2·30대 여성들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레츠코를 주인공으로 한 동영상은 콩나물시루같은 전차로 출근하고, 업무시간에 끊임없이 자녀의 사진을 보여주는 동료와 퇴근 5분전에 일거리를 던져주는 상사에 시달리는 하루를 보여준다.
출처=/https://www.sanrio.com

출처=/https://www.sanrio.com


레츠코의 디자이너 ‘예티’는 “일본 기업문화에 비명을 지르는 직장인들을 보아왔다”면서 “일본의 근무환경은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종종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레츠코보다 먼저 데뷔한 산리오의 게으른 달걀 캐릭터 ‘구테다마’도 전통적인 귀여움을 추구하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성격을 통해 인기 캐릭터가 됐다.

계란 노른자가 축 늘어진 모습으로 만성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설정의 구테다마는 ‘못 하겠어’ ‘나 좀 내버려둬’ 같은 어두운 대사를 내뱉는다.

이 캐릭터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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