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제2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해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한다. 옥시처럼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는 기업에 최대 3배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제도다. 또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와 같이 ICT(정보통신기술) 선도 업체들의 독과점 행위를 적극 제재한다.
복제약 출시를 늦춰 약값을 오르게 하는 등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제약업체들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제품을 조기에 발견해 공개하는 '위해징후 사전예측 시스템'도 개발한다.
공정위는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소비자와 함께 활력있는 시장 구현'이란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번 업무계획에 △혁신이 촉진되는 경쟁적 시장조성 △대·중소기업간 건강한 기업 생태계 확립 △소비자 권익이 증진되는 소비환경 구축 등 3대 핵심과제를 담았다.
공정위는 우선 지식산업분야 혁신 경쟁을 촉진한다. 반도체와 방송통신 등 표준 기술이 확산된 시장에서 기술 선도자에 의한 독과점을 없애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퀄컴처럼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연구개발(R&D) 혁신경쟁 저해 행위 등 표준 기술 선점을 통한 남용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이를테면 특허권을 가진 ICT 기업이 스마트폰 제조사 등을 상대로 부당하게 판매 금지를 요청하거나, 표준기술과 직접 관련없는 서비스와 제품 끼워파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애플리케이션 선탑재를 강요한 행위도 점검 대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공정위는 제약분야도 꼼꼼히 챙길 계획이다.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로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가중하는 역지불합의에 대해 조사할 생각이다. 역지불합의란 신약 특허권자가 복제약 제조사에 대가를 지불하고, 복제약 출시를 지연하는 담합 행위를 말한다. 복제약 축시가 지연되는 기간만큼 소비자는 약값을 비싸게 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역지불합의로 복제약 출시가 평균 5~9년 지연되고, 소비자 피해금액이 연간 3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과 영화 등 독과점 폐해가 많은 분야에 대해 경쟁을 촉진하고, 유원지와 캠핑 등 레저산업 분야의 진입제한 등 각종 경쟁제한 규제를 개선한다. 의료 서비스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분야에 대해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온라인 판매제한 등 민원 빈발 분야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할 생각이다.
내부거래가 많은 사익편취 규율대상 기업에 대해 실태점검도 진행한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23개 기업집단 소속 101개 계열사가 해당된다.
공정위는 또 대·중소기업간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위해 하도급분야 불공정 관행을 없앨 방침이다. 안전관리비 떠넘기기, 대금 지급보증서 미교부, 수급사업자에 불리한 특약 조항 등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 행위에 적극 대응한다.
중소업체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자율적 분쟁해결도 추진한다. 분쟁 조정 요청 시 소멸시효 중단 효력을 주고, 분쟁조정조서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주는 방식이다. 민사 분쟁 성격의 행위나 경미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분쟁 조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가맹분야의 공정거래 환경 개선에도 신경쓴다.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등 가맹본부의 편법적 불공정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불공정 판촉 관행을 없애기 위해 조사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밖에 소비자 권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비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처럼 기업들의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에 따른 피해를 적극 구제할 방침이다.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엔 최대 3배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징벌배상제를 도입하는 게 대표적이다.
포털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피해 징후를 빨리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위해징후 사전예측 시스템'도 개발한다.
예를들면 인터넷 카페 등에 "로션을 사용하다 두드러기가 생겼어요"란 글이 여러개 올라오면, 유사한 글을 수집하고 분석해 'OO로션 두드러기 피해'란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위해 징후가 포착되면 유해화학 물질 검출 여부 등 안전성 조사를 통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소관 부처가 불분명해서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결함제품 발견시 리콜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중소기업, 대기업이 균형있게 성장하는 활기찬 시장을 조성해야한다"며 "3대 핵심과제를 내실 있게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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