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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TF초점] 양현종의 1년 계약, 잔류와 U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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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KIA 선발 양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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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양현종이 원소속팀 KIA와 계약했다. KIA는 20일 양현종과 계약기간 1년에 계약금 7억5000만원, 연봉 15억원 등 총 22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도 짧지만 연봉도 그의 비중에 비해 높지 않다.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한 설명은 '양현종이 잔류를 선언했지만 내부 FA 나지완(4년 40억)을 잡고, 외부 FA 최형우(4년 100억원)를 영입한데다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170만 달러)와 재계약하는 등 이미 너무 많은 돈을 쓴 KIA가 1년 뒤 조건 없이 풀어주는 조건으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양현종은 계약 후 "해외 진출이 아니라면 KIA라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유는 "KIA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고 싶다"는 것이다.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해외 진출'과 'KIA의 우승'이다. 먼저 'KIA의 우승'부터 살펴보자.

kIA가 거액 지출에 부담을 느낀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부담 역시 가볍지 않다. 최형우를 데려온 마당에 양현종까지 잔류하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우승을 노리는 것과 우승이 당연시되는 것은 다르다. 다년 계약의 경우라도 계약금과 연봉의 비율을 조정하면 당장의 지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총액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런 투자에 따른 성과에 대한 부담을 안게된다. 양현종을 잡더라도 발표할 금액은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양현종이 우승을 바라면서 1년 계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내년 시즌 KIA가 정상에 오를 만한 전력이라고 믿는다는 뜻(몸담아왔던 팀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표현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일지도 모르지만)이다. 정말 그런 확신이 있을까. 그의 잔류로 벌써부터 '스토브리그의 승자 KIA가 대권에 도전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올시즌 5위인 KIA의 전력 플러스 요인은 최형우의 가세 외에는 안치홍과 김선빈이 시즌 시작부터 뛸 수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우승을 얘기하지 않고는 국내 타 구단 이적 시도도 없이 KIA 잔류를 결정한 것을 납득시킬 수 없다.

다음은 '해외 진출'이다. KIA 잔류의 전제 조건이었던 해외 진출 불발의 이유는 무엇일까. 유력했던 무대가 메이저리그가 아닌 일본프로야구였다는 점에서 제시받은 대우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요코하마가 그에게 제시한 조건은 2년간 6억엔(약 61억원). 그 액수에 'KIA에 대한 애정'의 값어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내 잔류 시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된다. 결과적으로 양현종은 그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제까지 국내선수가 일본에 진출하는데 가장 큰, 그리고 사실상 유일한 매력은 '돈'이었다. 일본프로야구의 연봉 수준이 국내보다 높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에서 활동한 뒤 국내로 복귀했을 때 여전히 높은 연봉을 받을 수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이종범, 이상훈, 이병규, 이승엽, 김태균 등이 일본에서 돌아오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이승엽은 일본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프로야구에 특급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규정 때문에 1년 15억원으로 발표(그것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됐지만 결국 해마다 최고 연봉선수 자리를 지키며 사실상 FA 권리를 누렸다. '공식적인' FA 자격 소진은 특급 선수에겐 별 문제가 안 된다.

일본에서 다소 부진하더라도 '일본야구 특유의 세밀한 분석과 견제에 따른 적응의 어려움'으로 이해되는 면도 있어 '유턴' 선수에게 일정 수준의 대우가 보장된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현종의 선택은, '특급'에 관한 한 국내프로야구의 선수 몸값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양현종이 잔류한 KIA에는 두 명의 초고액 연봉자가 있다. 국내에 잔류하면서 소속팀을 옮겨 최고의 몸값을 향유한 최형우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원 소속팀으로 '유턴'한 윤석민이다. 양현종은 그 둘과 다른 선택을 했다. 1년 뒤 국내든 해외든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FA 자격을 연장하면서 거액 연봉을 받는 좋은 조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동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양현종이 그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목표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 목표가 우승이든 아니면 확실하게 보장된 돈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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