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 방영 시작한 日 만화 '보노보노'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
수채화풍의 따뜻한 색채, 어른 위한 동화로 꾸준히 인기
"TV서 조개 먹는 해달 보고 영감… 지금은 신생아 시절 그리는 중"
수채화풍의 따뜻한 색채, 어른 위한 동화로 꾸준히 인기
"TV서 조개 먹는 해달 보고 영감… 지금은 신생아 시절 그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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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C |
그는 보노보노였던 적이 있다. 백수. 고등학교 중퇴 후 인쇄소 등을 전전하다 1979년 만화잡지 '천재클럽'을 통해 꿈꾸던 만화가가 됐지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쉼 없이 그려내다 보니 1일 2회 마감까지 몰렸죠. 도저히 스케줄을 소화할 수가 없었어요." 2년간 펜을 놨다. 생활비가 거의 바닥났을 무렵, TV에서 해달 한 마리를 보게 된 것이다. "조개를 배 위에 올려두고 돌멩이로 깨서 먹는 모습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곧장 집 근처 수족관으로 가서 해달의 실물을 확인했고, 또 한 번 반해버렸죠. 집으로 돌아가 팩스 용지에 해달을 그려 출판사에 보냈어요. 편집자가 '만화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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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오른쪽)와 그의 친구 포로리. 미키오는 이 만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노보노의 땀방울에 대해 “‘정말 큰일 났다’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투니버스 |
30년간 쉬지 않고 이어지면서, 독자층은 노인부터 유아까지 넓어졌다. 보노보노의 친구들이 대(代)를 잇는 것이다. "요새 보노보노의 신생아 시절이 담긴 만화 '보노짱'을 그리고 있어요. 아빠의 눈물겨운 육아 일기죠. 영화식으로 말하자면 '보노짱'은 '보노보노―에피소드1'쯤 되겠네요." 그는 늙어가고 있지만 "나는 스스로 어른이라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작가가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가 만화를 결정합니다. 나머지는 책상 앞에 앉았을 때의 영감일 뿐이고요." 보노보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맑은 대사는 명언집으로 묶여 인터넷을 달궜고, 최근 일본에서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했다.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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