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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프로야구 FA 등급제 ‘부익부 빈익빈’ 해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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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제도 도입 긍정적 검토

자본주의 최고 난제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표되는 양극화다. 프로야구에도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최상급 선수들은 자유계약(FA) 자격을 획득하면 수십억원대의 ‘FA 대박’을 터뜨린다.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손꼽히던 최형우는 4년 총액 100억원으로 프로야구 역사상 첫 FA 100억 시대를 열어 젖히며 KIA로 옮겼다. SK 토종 에이스 김광현도 4년 총액 85억원을 받고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양현종(KIA)과 차우찬(삼성)도 KBO리그에 잔류한다면 김광현 이상의 FA 대박이 예상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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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NC의 백업 포수 용덕한은 올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어떤 ‘러브콜’도 받지 못해 은퇴를 선언하고 NC의 배터리 코치로 변신했다. 백업 포수로는 준수한 기량을 보유한 용덕한은 포수난에 시달리는 팀에는 분명히 플러스 전력이 될 수 있지만 현행 FA 제도에서는 이적이 힘들다. FA의 보상제도 때문이다.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상대 구단에 FA 직전 연도 연봉의 200%에 해당하는 금전보상과 함께 20명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주거나 FA 직전 연도 연봉의 300%에 해당하는 금전을 보상해야 한다. 따라서 구단들은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할 만한 특급 선수가 아닌 이상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이 때문에 FA 이적에 실패한 선수들은 원소속팀과 ‘울며 겨자 먹기’로 염가에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일부 특급 선수에게만 돈이 몰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굳어졌다.

KBO리그에 FA 제도가 도입된 취지는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이다. 하지만 보상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수준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FA 선수 등급에 따라 보상을 차등 적용하는 ‘FA 등급제’가 해답이 될 수 있다. KBO와 선수협도 FA 등급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선수 등급을 나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기록 혹은 연봉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은 포지션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적용이 쉽지 않아 KBO와 선수협 양쪽 모두 연봉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호준(NC) 선수협 회장은 지난 2일 선수협 정기총회가 끝난 뒤 “연봉으로 A·B·C 등급을 나누는 게 가장 깔끔하다”고 밝혔다. A급 선수는 현행 보상 규정을 유지하고 B, C급 선수들은 보상선수 제도를 없애 장벽을 낮추면 준주전급, 백업급 선수들의 FA 이적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FA 직전 해에 구단들이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올려 FA 이적을 어렵게 하는 관행도 사라질 수 있다. 선수들도 FA 이적이 쉬울 수 있도록 FA 직전 해에 연봉을 대폭 올려받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KBO 관계자는 “FA 등급제 시행 목적은 선수 이동의 자유 보장과 빈부 격차 해소다. A등급 선수에 대해서는 조금씩 제약을 더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선수협과 꾸준히 대화를 나눠 의견을 맞춰가고 있으며 세칙을 정하는 것 역시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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