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2 (화)

발전하는 최형우, 4년 100억 몸값 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OSEN=김태우 기자] KBO 리그에서 고졸 선수들은 9년 동안 꼬박 등록일수를 채워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대졸은 8년이다. 메이저리그(MLB)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FA 자격 취득까지 오래 걸린다. 장벽은 또 있다. 군대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국가에서 거의 대부분 선수들은 2년을 손해 본다.

신인부터 등록일수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기회를 보장받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개 프로 데뷔 후 10년이 넘어야 FA 자격을 얻는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겨 FA 자격과 만나는 것이다. 올해 FA 시장의 야수 최대어인 최형우도 이런 저런 굴곡에 만 33세가 되어서야 첫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었다. 구단들의 고민도 여기서 있다. 앞으로 4년의 계약 기간 동안, 지금의 활약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예측 어려운 대상이 그것이다.

이른바 ‘에이징커브’ 이론이 있다. MLB의 경우 보통 26~29세 사이에 전성기를 맞이하고 그 후로는 성적이 감소한다. 한국의 경우는 군대 2년이 포함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찌됐건 대다수의 선수들은 30대 중반으로 가면서 기량과 성적이 떨어진다. 이에 따르면, 이제 전성기에서 내려올 때가 된 최형우에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KIA는 최형우에게 과감한 베팅을 했다. KIA는 지난 24일 최형우와 4년 100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에서 옵션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라 실질적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투자됐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이제 관심은 최형우가 발표액 기준, 4년 100억 원의 몸값을 해낼 수 있느냐로 쏠린다. 물론 부정적인 관측도 있지만, 긍정적인 지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최형우의 타격 능력은 지금이 절정이다. 최형우는 올해 138경기에서 타율 3할7푼6리, 31홈런, 1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15의 대활약을 펼쳤다. 득점권 타율이 3할8푼에 이르렀고 볼넷/삼진 비율 또한 1이었다.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RC(득점기여에 대한 누적수치)에서는 161.03으로 리그 1위에 올랐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무려 7.55로 이 또한 역시 리그 1위였다.

이전 FA 선수들의 계약을 역추적 해봤을 때 최근 야수들의 1WAR이 갖는 가치는 대개 4~5억 원 정도다. 5억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최형우는 올해 한해에만 무려 약 38억 원의 가치를 해낸 것이다. 올해의 활약이 4년간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최형우는 4년 동안 151억 원의 가치를 KIA에 안겨줄 수 있다. 뒤에 숨겨진 금액이 얼마든 KIA로서는 남는 장사가 될 공산이 크다. 관건은 최형우의 계약은 만 34세부터 만 38세까지라는 점이다.

보통 이 시기는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질 때다. 아마도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인 2020년 시즌, 최형우는 더 이상 좌익수가 아닐 수 있다. 어찌됐건 선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어려워지는 시기임은 맞다. 하지만 모든 이론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고 ‘최형우라면…’이라는 기대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최형우는 무엇보다 건강한 선수였고, 발전하는 선수라는 것을 모든 팬들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이런 저런 잔부상에 113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4년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즌에서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대형 FA 선수들은 기본적인 기량은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선수들이 ‘먹튀’로 전락하는 것은 대부분 부상 이슈를 동반하고 있는데 최형우는 그런 가능성이 떨어진다. 실제 최형우는 성실하게 운동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수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지만,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전문영역인 타격에서 매년 발전하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형우의 RC/27(27개의 아웃카운트를 동일 선수로 채워 넣었을 때의 기대 득점치)은 2012년 4.93(리그 21위)에서 2013년 7.55(리그 6위), 2014년 10.89(리그 4위)로 뛰었다. 계속해서 수치가 올라갔다.

리그의 타고투저 시작과 더불어 수치가 갑자기 뛴 점은 있다. 2015년 8.41(리그 12위)로 약간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또한 준수한 수치였고, 올해 12.60(리그 1위)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KIA가 주목한 부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첫 2년 동안만 이 정도 폭발력을 이어갈 수 있다면 손해 보는 계약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또한 가치는 꼭 성적으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다. 최형우의 영입으로 다른 중심타자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또한 KIA는 2017년 대권 도전에 나서고 있다. 꼭 우승은 아니더라도, KIA가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최형우가 일조한다면 이 또한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거액 이적이었지만 정규시즌에서의 좋은 활약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제 몫을 한 장원준(두산)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쉽다. 뜨겁게 달아오른 최형우에게 현재 남은 관건은 자나 깨나 부상 방지다. /skullboy@osen.co.kr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