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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38대 긴급정지, 카톡 2시간 불통… 서울 광화문까지 진동

조선일보 경주=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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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38대 긴급정지, 카톡 2시간 불통… 서울 광화문까지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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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서 역대 최강 지진]

경주 의류매장 통유리 와장창… 불국사 기왓장도 깨져
해운대 고층아파트선 "살려 달라" 비명 지르며 대피
전화·카톡 두절… 진앙지 주민들 "세상 무너지는 줄"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48분 뒤인 8시 32분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잇따르면서 전국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진앙(震央)인 경주시 뿐 아니라 부산·대구·울산 등 가까운 대도시에서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주민들이 공터나 인근 학교 운동장, 공원 등지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남·북에서는 KTX 열차 38대가 긴급 정지했고, 일부 구간은 열차 운행이 2시간 이상 지연됐다. 대구에서는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구미에서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공장이 멈춰섰다.

진앙에서 가까운 경주시 내남면 부지2리의 박종원 이장은 "우사에서 소를 돌보고 있는데 갑자기 땅과 우사가 심하게 흔들리고 집 안에 있던 집기가 마구 떨어져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긴급 방송을 내보냈다"며 "놀란 주민들이 여진(餘震) 때문에 두려워서 다들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회관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에서는 시내 의류 매장 전면 통유리가 산산조각이 나고, 대형 마트 선반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문화재청은 "지진으로 인해 불국사 기왓장 일부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경주 시민들 대피 - 12일 밤 경북 경주시 황성동 유림초등학교 운동장에 시민 수백 명이 대피해 있다. 시민들은 이날 저녁 크고 작은 지진이 40여 차례 계속되자 집에서 뛰쳐나왔고,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연합뉴스

경주 시민들 대피 - 12일 밤 경북 경주시 황성동 유림초등학교 운동장에 시민 수백 명이 대피해 있다. 시민들은 이날 저녁 크고 작은 지진이 40여 차례 계속되자 집에서 뛰쳐나왔고,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연합뉴스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사는 박진수(44·회사원)씨는 "아파트 7층에 있는데 심하게 흔들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원인 모를 가스 냄새가 진동해 '지진 괴담'이 퍼졌던 부산과 울산 주민들은 패닉에 가까운 혼란을 겪었다. 특히 해운대 해안가에 있는 50~60층짜리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건물 전체가 크게 흔들리자 비명을 지르며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을 통해 황급히 대피했다. 해운대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주민 박모(55)씨는 "엘리베이터가 완전 먹통이 되어서 움직이지 않길래 두 딸을 안고 32층부터 뛰어서 1층까지 내달렸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사는 이영심(56)씨는 "아파트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옆집에선 벽걸이 TV나 접시,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며 "아파트 사람들이 '살려 달라'며 소리 지르고 앞다퉈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피하느라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63층짜리 부산 국제금융센터는 전기 설비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원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부산과 대구 지역 교육 당국은 이날 밤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교에 "학교장 재량하에 학생들을 조기 귀가시키라"고 지시했다.

이날 첫 지진보다 훨씬 강력한 두 번째 지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울산여고에 재학 중인 학생 심모(17)양은 "첫 번째 지진 때 깜짝 놀라 술렁이던 친구들이 두 번째 지진이 발생하자 울고불고 소리지르면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고 말했다. 일부 진앙 주민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주와 부산·울산 등 곳곳에서 전화와 카카오톡 등 통신이 일시 두절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부산에 사는 이모(여·28)씨는 "정작 절실할 때 119 신고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과 전화 통화도 안 돼 발만 동동 굴렀다"고 말했다. 부산 동구에 사는 오종석(32)씨는 "119 신고까지 했는데 지진이 난 지 1시간이 넘도록 동네에 소방차 한 대 안 오더라"며 "이런 비상사태에 도대체 정부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주=박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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