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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노인 6명, 지적장애 유부녀에게 "밥 먹으러 가자"며 꼬신 뒤…

조선일보 통영=강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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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노인 6명, 지적장애 유부녀에게 "밥 먹으러 가자"며 꼬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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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양 사건 바로 옆동네, 피해자 남편도 3급 장애인… 노인들 파렴치행위 대응 못해
피해자 친척이 나서기 전까진 마을사람 누구도 신고 안 해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한 마을. 지난 16일 학교에 가던 한아름(10)양을 김점덕(45)이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산양읍 신전리 중촌마을에서 불과 1.5㎞ 떨어진 곳이다. 마을엔 90여 가구 200여 명이 산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서로 알고 지낼 정도다.

지금 이 조용한 산골 마을이 들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에선 파렴치한 60~70대 노인 6명이 남편도 있는 40대 지적장애 여성을 장기간 성 노리개로 삼았다. 이 여성의 시누이(53)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나서기 전까지, 마을 사람 누구도 경찰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통영경찰서는 30일 마을 주민 이모(42)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A(63)씨 등 3명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두 명은 71세, 73세의 노인이다. 70대 노인 중 한 명은 이웃마을 주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이씨를 각각 2~3차례씩 8차례 성폭행한 혐의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 3명 가운데 2명은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지만, 다른 한 명은 계속 부인하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은 이후에야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이씨는 지적장애 3급으로 지능이 낮고,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인물이다. 노인들은 이씨에게 "놀러 가자" "밥 먹으러 가자"며 모텔이나 자기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라고 경찰은 밝혔다.

주민들에게 성폭행당한 40대 지적장애 여성을 보호하고 있는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여성장애인연대 사무소에 한 여성이 들어서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주민들에게 성폭행당한 40대 지적장애 여성을 보호하고 있는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여성장애인연대 사무소에 한 여성이 들어서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이씨는 남편(52)과 22세, 11세 두 딸과 농사를 지으며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남편 역시 지적장애 3급이라 노인들의 파렴치한 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씨가 성폭행에 시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또 다른 70대 노인 2명과 60대 노인 1명 등 마을 노인 3명은 비슷한 시기에 이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지적장애 여성의 시련은 딸에게도 이어졌다. 역시 지적장애를 가진 큰딸은 지난 2009년 어머니와 안면이 있던 외지 택시기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 택시기사는 2010년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마을은 충격에 빠졌다. 산양읍사무소의 한 공무원은 "아름양 사건이 바로 옆 동네에서 벌어졌는데, 또 이런 일이 생겨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남 부끄럽다.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성폭행이 벌써 수년 전 이뤄진 일인 데다 물증이 없어 고심 중이다. 경찰은 "면밀한 보강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네 사람들은 이 일에 대해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이날 마을 정자에 모여 앉아 있던 5~6명의 할머니는 기자가 "마을에 이상한 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자 퉁명스럽게 "무슨 일?" "잘 모르겠는데"라고 말한 뒤 입을 다물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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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강인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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