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사고영상, 흥밋거리로 마구잡이 유포…전문가 "개인 소유 영상, 인식 바꿔야"]
'무단횡단충(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들 튕기는 거 꿀잼.'
지난해 1월16일 유튜브(YouTube) 사이트에 올라온 '(혐오)교통사고 영상모음'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이 밖에도 '5분16초는 언제 봐도 개 빵터진다 ㅋㅋㅋㅋㅋㅋ',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는 뜻) 등 영화나 스포츠 감상으로나 어울릴 만한 댓글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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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무단횡단충(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들 튕기는 거 꿀잼.'
지난해 1월16일 유튜브(YouTube) 사이트에 올라온 '(혐오)교통사고 영상모음'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이 밖에도 '5분16초는 언제 봐도 개 빵터진다 ㅋㅋㅋㅋㅋㅋ', '사이다'(속이 시원하다는 뜻) 등 영화나 스포츠 감상으로나 어울릴 만한 댓글이 한둘이 아니다.
피해자에게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재미에 불과하다. 전파 속도가 걷잡을 수 없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사고 동영상 유포에 따른 2차 피해 문제는 심각하다.
최근 이화여대 교정에서 벌어진 교통사고 동영상이 불법 유출되고 대학이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본지 8월9일자 20면 보도 [단독]이화여대, 학생 사고영상 불법유출 알고도 '쉬쉬' 참고)
이 역시 발단은 유출자가 사고 영상, 즉 남의 불행을 그저 흥밋거리로 여긴 데서 출발했다.
5월 교통사고를 당한 동영상 유출 피해자 이대생 A씨는 "인터넷 하기 겁난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를 찍은 폐쇄회로화면(CCTV) 영상을 혹시나 보게 될 까 두렵다.
영상을 볼 때마다 머릿속에 사고 상황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영상에 달리는 악성 댓글도 곤욕이다.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인 말은 물론 A씨와 가족의 신상정보를 담기도 한다. '최소한 사망', '식물인간이 되겠다' 등 냉담한 반응도 A씨를 괴롭힌다.
6월 한 방송 매체가 유출 동영상을 인용해 '대학가 교통사고'를 주제로 보도한 뒤로는 A씨를 알아본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A씨 어머니는 "현재 우리 가족은 '동영상'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눈물이 흐른다"며 "평생 트라우마가 따라다닐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15일 레미콘이 승용차 지붕을 덮쳐 여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뒤차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고 "현장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는 식의 댓글이 달려 유족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2013년 8월에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5중 추돌사고의 한 당사자가 "(특정인) 일방의 책임"이라며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고 외에 자극적인 영상 유출 피해도 끊이지 않는다. 2014년 11월에는 4인조 음악그룹의 노상방뇨 장면이 찍힌 영상이 떠돌았고 지난해 3월에는 '화이트데이 고딩 남녀의 키스'라는 제목을 단 영상이 올라와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올해 초에는 커피 업체가 블랙 리스트 고객의 얼굴이 찍힌 CCTV 영상을 전국 200여개 매장에 배포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극적인 영상을 올리는 일반인의 심리가 빗나간 인정 욕구라고 본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인정욕을 충족하려는 행동"이라며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주목받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SNS가 발달하면서 일반인도 유명인만큼 주목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일반인이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자극적인 영상"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지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처장(변호사)은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영상 유출 처벌을 강화하거나 손해배상을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며 "블랙박스나 드론(소형 무인항공기) 등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영상기기에 대해서도 규제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이버범죄 수사전문가 출신인 류기일 개인영상정보보호포럼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이 같은 문제를 다룰 전문기관이나 관리 시스템 등도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영상 기계는 소유자의 것이지만 기계에 찍히는 영상은 영상 속 사람의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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