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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는 제도·현실 틈 파고들어…'방산 컨트롤타워' 필요"

머니투데이 김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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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는 제도·현실 틈 파고들어…'방산 컨트롤타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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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국방·방위산업 전문' 법무법인 세종 고석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고석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법무법인 세종 고석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방산비리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틈을 파고든다."

법무법인 세종 고석 변호사(56·사법연수원 23기)가 내놓은 분석이다. 그는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장, 육군·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 등 군 내 주요 법무보직을 거치면서 국방·군사시설사업과 무기계약 관련 법적분쟁 등을 다뤘다. 현재는 방위산업 관련 법무와 함께 방산비리 예방책을 연구하고 있다.

고 변호사는 현·예비역 군 장교들과 방산업자의 비리 결탁, 군사정보 누설, 납품원가 부풀리기 등 방산비리의 단면을 모아보면 우리나라 방산정책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변호사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와 탁상행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방산업계는 비리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로 방신비리의 민낯이 드러나자 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간 현장에선 △과도한 작전요구성능(ROC) 요구 △불합리한 사업기간·원가 계산 △가혹한 지체상금 부과 등 정책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군의 요구사항에 각종 규제까지 신경써야 하니 비리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 고석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법무법인 세종 고석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고 변호사는 "실무자들이 실제로 필요한 성능보다 높은 ROC를 정해놓고 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기간 내에 개발을 끝내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관련 법을 근거로 단가를 최대한 낮추도록 요구하니 현명한 업체라 해도 정당한 이윤을 내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고 변호사는 방산정책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방산정책은 △사업 필요성을 제기하는 소요체계 △사업을 추진·진행하는 획득체계 △예산을 편성하는 국방예산체계로 구성돼 있다. 각 체계 의사결정은 순서대로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국방부가 주로 맡고 있다. 체계가 분리돼야 사업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취지로 프랑스 병기본부(DGA)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고 변호사는 취지와 달리 각 체계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 변호사는 "각 체계별로 위원회를 운영해 따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데다, 절차도 복잡하게 짜여져 있다"며 "책임 구분이 불분명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핑퐁게임'이 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절차와 협의 없이 방산정책이 급조되고, 이 정책에 맞추려다 보니 문서를 조작하거나 부정 청탁을 건네는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했다. 또 "비리 사건이나 북한 도발을 이유로 개발방향이나 일정을 변경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요구사항에 미달하면 지체보상금을 내거나 추후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되니 비리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방위산업 3개 체계의 교집합 지점에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줄 기관이 있어야 방산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고 변호사는 "새 컨트롤타워가 도입된다면 문서·정책·계약실명제를 도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종사보다 각종 전투기 제원을 줄줄 꿰고 있는 미군 법무관을 만나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며 "그 법무관은 '10여년간 개발현장과 동고동락했다'고 대답했다. 이런 현장 전문가들을 컨트롤타워에 배치하고 지속적으로 윤리교육을 한다면 비리가 발붙일 틈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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