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북서울미술관 ‘행복의 나라전’
북서울미술관 ‘행복의 나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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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지난 시대를 돌아보는 전시가 나란히 열리고 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7월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사회 속 미술 - 행복의 나라’(7월6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다. ‘아주 공적인…’전은 다큐멘터리 중심이던 사진이 ‘메이킹 포토’의 흐름을 수용하면서 미술 영역으로 진입한 1989년 이후 지금까지의 주요 작품을 소개한다. ‘행복의 나라’전은 1980년대 민중미술의 대표작과 그 사회비판 정신을 이어받은 후배 세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사진매체가 어떻게 현대미술의 언어와 조우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는지 조망한다는 취지로, 54명의 200여점이 전시됐다. 사진가뿐 아니라 사진이란 매체를 활용한 미술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1989년이 변화의 기점으로 제시된 것은 88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해외에서 유학한 작가들이 귀국해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명덕의 ‘잃어버린 풍경’, 배병우의 ‘소나무’, 민병헌의 ‘별거 아닌 풍경’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운데 독일 유학생 출신 구본창이 등장해 인화지를 실로 꿰맨 ‘태초에’ 시리즈로 주목받는다.
개념미술의 연장선상에 놓인 개념사진에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작가가 포함됐다. 개념미술은 완성된 작품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런 분류 아래, 1970년대 자신의 앨범 사진을 작품으로 제시한 성능경의 ‘S씨의 반평생’이나 바람·불·흙 등 자연을 활용한 이승택의 대지예술 기록사진부터 민중미술 작가인 박불똥과 신학철의 1980년대 포토 콜라주, 2000년대 청계천 재개발이나 동두천 미군기지를 다룬 플라잉시티와 강용석의 현장사진까지 한꺼번에 묶은 것은 이번 전시 중 가장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2000년대 들어 현대미술의 해프닝이나 퍼포먼스를 사진 매체로 끌어들여 극적인 미장센 이미지를 만드는 스테이징 포토를 비롯해 다양한 실험 작품도 선보였다. 영화세트와 같은 정교한 연출을 통해 사진에 이야기를 담아낸 김인숙의 ‘Veneer(허식)’, 경직된 포즈와 긴장된 표정, 클로즈업된 낯선 이미지로 익명성이 강하고 기호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오형근의 ‘Cosmetic girls(화장한 소녀)’, 보이는 이미지만으로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어 피사체 이면을 탐구하게 만드는 정희승의 ‘Untitled(무제)’ 등이 망라됐다.
전시의 산만한 전개와 함께 전시장 배치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교롭게도 사회비판적 성격이 강한 신학철과 박불똥·성완경·박영숙·플라잉시티 등 다섯 작가의 작품 27점이 걸린 부스는 관람객들이 서로 등을 부딪칠 정도로 비좁았다. 반면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설치작가 최재은, 서정적 흑백 풍경사진을 찍어온 사진가 민병헌의 경우 넓은 단독 부스를 배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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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미술-행복의 나라’ 전시 전경.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제공 |
■행복의 나라
1980년대 정치사회 변혁기에 일어난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인 ‘민중미술’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 사회의 시의적 주제를 중심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참여·소통·저항 등 사회 속 미술의 의미를 드러내는 전시다. 김정헌·민정기·박불똥·손장섭·이종구·임옥상 등 민중미술 1세대 작가들로부터 박이소·박찬경·최정화·배영환 등 초기 포스트모던 작가들, 김동원·믹스라이스·플라잉시티·리슨투더시티·노순택·홍진훤 등 2000년대 현장 예술가들로 이어진다.
민중미술은 올해 미술계 화두로 제시됐다. 지난 몇 년간 1970년대 한국적 모더니즘을 표방한 단색화가 해외 미술시장에서 각광받으면서 관련 전시가 이어졌다. 군부독재라는 당시 정치 상황을 외면했다는 시대적 맥락이 지워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단색화의 반작용으로 탄생한 민중미술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행복의 나라’전은 민중미술을 과거 경향으로 돌리기보다 현재와의 연속성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사회 속 미술’이라는 보편적 개념을 잡았다. 부조리한 정치와 분단현실 등 반복되는 역사, 도시 이면의 약자들, 자본주의의 부박한 일상 등 특정 시대가 지워진 주제들로 채웠다. 그러다보니 민중미술의 정체성 자체가 모호해지고 함경아·홍성민·양아치·노재운 등 소위 ‘포스트민중미술’로 풀이되기 어려운 작가의 작품까지 계보에 포함됐다. 이 전시는 올 초 서울시립미술관이 발표한 9대 핵심 전시 가운데 유일하게 서소문 본관이 아닌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이기도 하다.
<한윤정 선임기자 yjha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