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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커터'·'고백할 수 없는'

연합뉴스 구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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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커터'·'고백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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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 '커터' = 집안 사정으로 도시로 이사 오게 된 윤재(김시후)는 시내 고등학교의 한 실습반에 배치받는다.

키가 크고 잘 생긴 윤재에게 이 학교의 세준(최태준)이 함께 간식이나 먹자며 접근한다.

역시 키가 크고 외모도 훤칠한 세준은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특히 후배 은영(문가영)은 시간 날 때마다 세준에게 먹을 것을 사다 주며 따라다닌다.

어머니의 치료비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윤재는 세준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받는다.

술집에서 '즉석만남'을 주선하는 일이었다. 즉석만남 주선 아르바이트는 건당 10만원으로 보수가 후한 편이었다. 윤재는 그 이유를 몰랐다.

세준은 윤재와 친해지려고 하지만 윤재는 자신의 가정사를 세준에게 알리기를 꺼리며 거짓말을 한다. 게다가 윤재가 은영을 좋아하면서 형성된 윤재-은영-세준의 삼각관계가 윤재와 세준 사이의 갈등 요인이 된다.


윤재는 머지않아 자신이 한 아르바이트가 성범죄와 관련된 것임을 알게 되고,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게 된다.

'커터'는 술 취한 여성을 노린 성범죄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 미덕이다. 범죄 과정에 대한 묘사는 꼭 필요한 부분만 보여주고서 성범죄에 연루하게 된 10대들의 심리와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단, 윤재와 세준의 관계 설정이 애매하다. 예컨대 세준이 전학 첫날부터 윤재에 접근해 너무나 많은 호의를 베푼 이유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또 세 명의 십 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고등학생들이 성범죄에 빠지게 된 사회 구조적인 요인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03분.

▲ '고백할 수 없는' = 영화감독 병천(배성우)은 다음 작품의 캐릭터 구상에 참고할 인터뷰를 위해 고등학생 세영(정성일)을 집으로 초대한다.


병천은 세영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보드카를 건네고, 세영은 이를 마시자 곧 정신을 잃는다.

이때부터 인터뷰의 진짜 목적이 드러난다. 병천은 세영이 자신의 딸 나래(한제인)를 괴롭히는 학교 '일진'이라고 생각하고 세영이를 취조한다.

세영을 의자에 묶어 놓고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세영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친 것. 그리고 앞에 놓인 카메라를 보고 그동안 저질렀던 죄상을 고백하라고 요구한다.

영화가 여기서 끝난다면 심심했을 것이다. 상황은 반전돼 이번에는 병천이 의자에 묶인 채 카메라 앞에 앉게 된다. 세영은 병천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진실을 전해준다. 그리고 병천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라고 몰아붙인다.

세영과 병천이 아귀다툼하는 사이 세 번째 인물, 병천의 딸이자 세영의 친구인 나래가 카메라 앞에 앉는다.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그는 또 다른 진실을 이야기한다.

'고백할 수 없는'는 세 인물이 감춘 저마다의 진실을 카메라 앞에서 고백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영화 '라쇼몽'에서 등장인물들이 동일한 살인사건을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증언하는 것과 유사하다.

'라쇼몽'은 결국 '실체적 진실'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고백할 수 없는' 세 인물의 고백이 '정(正)-반(反)-합(合)'의 과정과 같이 진행돼 마지막에 가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84분.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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