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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위산업 이대론 안된다(2)] 국내 업체에만 원가 절감, 조기 납품 요구.. 방산비리로 악순환

파이낸셜뉴스 문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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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위산업 이대론 안된다(2)] 국내 업체에만 원가 절감, 조기 납품 요구.. 방산비리로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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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받는 국내 방산업
저가경쟁입찰제로 발주해 재료비에도 못 미치기도
납기일 넘기면 '지체상금'.. 외국기업만 상한선 적용
재무 악화로 기술력 악화.. 무리한 역차별의 악순환




국내 방위산업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저가 덤핑입찰을 유도하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입찰가격을 낮게 유도하는 저가경쟁입찰제와 납기일을 넘길 경우 하루단위로 페널티가 적용되는'지체상금'이 국내 방산업체들에 역차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발주하는 10조원대 협소한 시장을 놓고 국내 방산업체끼리 경쟁하다보니 방산비리와 같은 부작용까지 터지는 형국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국내 방산업계 생태계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이런 역차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방산업 발목 잡는 최저가입찰제

이명박정부 때 방위사업 분야에 처음 도입된 저가경쟁입찰제는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로 토종 방산업체를 고사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연구개발사업 입찰 때 예산 대비 60∼80%의 저가입찰이 구조화돼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예산 반영 때 감액이 포함될 경우 50∼70% 수준으로, 재료비에도 못 미치는 사례도 있다"며 "예산 대비 70% 이하의 저가입찰로는 군이 요구하는 높은 성능을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가 경쟁입찰의 폐해는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 사례를 통해 이미 드러났다.

이명박정부 때 대대급 마일즈 다중통합레이저교전체계 장비, 해군 고속정 발전기, K-9 자주포 서보실린더, 휴대용 화학작용제 탐지장비, 항만 경비정, 군 급식 수의계약 납품비리 등으로 수사를 받은 방위사업 대부분이 저가 경쟁입찰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저가 경쟁입찰제 도입으로 방산업계에 회자된 게 '싸게, 빨리, 좋게' 방산정책이다.

가장 정교하고 신중하게 개발해야 할 국산무기 개발사업이 적은 예산으로, 짧은 시간 내 가장 좋은 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과욕은 부실무기 양산과 부패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합수단 수사로 사기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K-11 복합소총 사격통제장치 납품 비리사건이다.

방산업체가 납기일 내에 납품하지 못할 경우 하루 단위로 물어야 하는 '지체상금' 관행도 방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제도로 꼽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업이 군에 공급한다면 납품이 아무리 늦어져도 계약금의 10%에 계약보증금의 10%만 내면 된다. 한국 기업은 지체상금 상한선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방산 관계자는 "이미 결정된 사업이 자주 번복되고, 최저입찰제와 무리한 지체상금으로 가격과 납품기일에 심각한 압박을 받는다"면서 "외국 무기 도입에는 적용되지 않는 제도가 오히려 국내 업체를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규제일변도 제도 손질 시급

국내 방위산업 규모는 10조원 정도다. 그러나 연간 10조원 규모의 방위력 개선 예산과 전력운영비 중 인건비를 제외한 부분을 국내 업체들이 나눠 갖는 것이 국내 방산사업 현실이다.

일선 방산기업들이 수출동력을 찾기보다는 정부의 독점납품권 보장과 원가보장 등의 혜택만 노리는 것이다. 방산기업이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게 되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장기적으로는 주요 무기를 자체 개발하는 기술력을 잃게 된다.

전반적으로 국내 방산업체에 대한 역차별 제도 탓에 기업의 핵심역량을 쌓기 위한 재무적 구조는 갈수록 취약해지고 국내에서 서로 살아남기 위한 제살깎기 경쟁 탓에 방산비리의 길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가절감과 조기 납품이라는 과거 방식의 방산정책이 유지되고 있는 탓에 국내 방산업체들이 방산비리라는 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라며 "방산업계를 둘러싼 기존의 비합리적 규제를 최근 트렌드에 맞게 재정비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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