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논문 찾아 연구하는 등 직접 발로 뛰어 터득한 지식
자료로 만들어 몰입교육… 국내외 대회 수상 휩쓸어
다독과 다양한 지식 갖추면 창의력은 훈련될 수 있어
◇최고 행운 거머쥔 원당초
미국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이정화(52) 교사는 방과후 과학 선도반의 국내 창의력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DI 대회는 정말 예상치 못하게 1위를 했습니다. 저희가 2010년에 세계 2위를 한 팀이다 보니 견제가 많이 들어왔어요. 그때마다 학생들이 기지를 발휘해 고비를 잘 넘겼고 공연과 특별 장기 자랑을 월등하게 잘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1위에 오른 탑 팀의 과제 E는 '최대한 가벼운 나무 구조물을 만들어 그 위에 얼마나 무거운 바벨을 쌓는가'로, 8분 동안 2명의 팀원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무대 위에서 팀원 다섯 명이 과제와 연관된 공연을 선보인다.
"사실 6위 한 럭키세븐 팀도 아주 훌륭했어요. 이 팀은 미국식 나이체계에 따라 중등팀으로 배정됐어요. 시금치에서 추출한 염료로 염료감응태양전지를 만들어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쓰고, 밤에는 수소와 산소를 재결합하여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모형을 만들었는데, 미국 현지 반응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올해 국제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구조재료공학 분야 탑 팀과 세계 6위의 과학예술 분야 럭키세븐 팀. 앞 쪽에 탑 팀이 만든 5.5g의 나무구조물이 무거운 바벨을 받치고 있고, 럭키세븐 팀은 자신들이 만든 염료감응 태양전지를 들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송두영 교장, 왼쪽은 이정화 교사 |
30년 전, 대구교육대학 초등교육과를 졸업하면서 이씨의 교직은 시작되었다. 결혼 후 남편의 서울 근무지와 가까운 경기도 교육청에 지원해 93년부터 오산 성산초, 파주 검산초, 고양 원당초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어려서부터 과학이 재미있었고 관심이 많아서 교사 생활 중에 로보트, 물로켓 등 과학관련 대회가 열리면 학생들과 준비해서 출전했다. 자연스레 크고 작은 상도 따랐다. 본격적으로 창의력 대회(구조재료공학분야)를 시도한 것은 파주 검산초에 있을 때였다. 그가 지도했던 검산초 창의영재반이 국내 대표로 발탁되어 2007년 DI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거기서 오머상(최우수특별상)을 탔다. 이후 2010, 2011년 원당초 과학 창의 영재반을 이끌면서 각각 세계 2위, 4위(중등부는 7위)의 성적도 거두었다. 그가 지도한 타 학교 학생들의 수상도 잇따라 지난해 세계 창의력 경연대회(KAIST 주관)에서 고양발명교실이 대상, 금상, 은상, 장려상을 휩쓸었고 일반부문에 본인이 직접 참가하여 은상을 타는 성과도 일궈냈다. 이 교사는 초등 과학 교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의 과학교사상'(2007,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고양시 문화상'(2011, 고양시 주관)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의력 씨앗을 뿌리는 교사
이 교사의 하루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원당초에서 2학년 담임과 과학 창의 영재반을 맡고, 타 학교 학생들을 위해 과학 선도반, 원당 영재반, 고양교육 지원청 부설 발명교실(고양발명교실), 대화초 영재학급을 지도한다. 그래서 최근 국내외 창의력 대회에서 상을 타는 고양시 팀 중 그를 거치지 않은 학생들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교사가 먼저 알아야 가르칠 수 있어요. 저는 미국 원서를 분석하고 창의력에 대한 관점을 미국식, 한국식으로 구분해서 연구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력은 다독과 다양한 지식의 기반 위에서 나오지, 절대 학습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생각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교사는 대학 논문을 찾아 연구하는 것은 물론, 대학연구진을 찾아가 구조재료 공학, 태양에너지 순환을 묻고 연구하는 데 적극 참여했다. 이렇게 자신이 발로 뛰어 터득한 지식은 초등학생용 자료로 만들었다. '단시간에 한 가지 영역을 전문적인 수준까지 깊이 있게 학습하는 몰입교육'은 초등학생이 대학 수준의 과학이론을 이해하고 창의력 과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게 했다. 영재가 아닌 평범한 학생도 창의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조금 늦어질 뿐 결국 같은 실력에 올라서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국제 대회에서 과학 창의력 분야를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으로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미국은 주에서 공과대학 연구팀을 통해 초·중·고 교육과정에 창의력 프로그램을 만들고, 중국과 싱가포르는 국가 정책으로 밀면서 과학 엘리트들이 소수정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나라는 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각자 알아서 (대회 준비를) 합니다. 흔히 우리나라가 창의력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창의력은 충분히 훈련될 수 있고 대회에 나가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뛰어나게 잘합니다."
[글·사진=서지혜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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