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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 간 아니, 온 가요…즉각 나오는 이름 '박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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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반야월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가요는 흘러간 것이 아닌, 흘러온 것이라고. 절대 공감하는 말이에요. 우리가 잊고 지낸, 또는 묻혀 있는 노래를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는 즐거움이 커요."

박성서(56)씨는 대중음악평론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존재다. 대다수가 팝·아이돌·인디음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반해, 박씨는 오래된 가요에 애착이 크다.

'울고 넘는 박달재'의 가수 겸 작사가 반야월(1718~2012), 한국영화음악계의 전설로 통하는 한국영화음악작곡가협회 이철혁(1934~2011) 전 회장 등 당대를 풍미한 뮤지션들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고, 평가를 할 수 있는 이는 사실상 박씨 뿐이다.

박씨는 1980년대 초부터 2001년까지 여러 잡지사에서 기자로 활약했다. "잡지사 기자는 여러 분야를 다루는데 가요를 비롯해 영화·소설 등 대중문화 쪽 일을 재미있게 했어요. 알리는 직업이기는 했지만 배우기도 많이 배웠죠. 그러다 음악 쪽에서 일을 하는 것이 나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쪽 일을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회현동 지하상가, 청계천 벼룩시장 등을 돌며 음반을 모으기 시작한 박씨는 발굴의 기쁨을 누리며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최희준을 좋아해서 그분의 곡은 웬만한 것은 다 알고 있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웬걸, 제가 몰랐던 좋은 곡들이 더 많은 거예요. 좋아하는 가수들부터 듣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직업이 됐죠. 하하하."

의도치 않게 대중음악의 역사와 원로가수들의 기억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원로가수, 작사·작곡가들은 자신의 데뷔곡이 언제 발표한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의 활동을 재조명하다 보니 본인들이 거꾸로 제게 물어보는 경우도 많죠."

가요계의 별들이 하나둘씩 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클 법하다. "우리가 잊고 지낸 음악들에 집중하다 보니 약 12년 간 원로 위주로 만나왔죠. 자연스레 그분들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제가 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저를 70, 80대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목소리는 젊어서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많은 분들이 박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게 됐죠. 처음에는 거북하고 어색했는데 다들 그러시니까…. 이제는 좀 적응됐어요. 껄껄껄."

앞으로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내용을 새롭게 정리하는 연구를 꾸준히 하고 싶다. 23일 성균관대 앞 '뮤직클럽 위(We)'에서 연 '박성서의 토크 콘서트-한국 최초의 솔(Soul) 가수 박인수와 함께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솔과 만나다'가 이러한 작업의 하나다.

"우리 대중음악 속에는 만든 사람의 의도뿐만 아니라 시대가 녹아 있어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거죠. 한번쯤은 노래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뮤지션들을 추억하기보다는 재발견한다는 의미가 더 크죠. 가수들의 팬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듣고 질문도 많이 받을 거예요. 누가 누구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닌, 목적이 아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는 자리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인수를 시작으로 평소 관심이 많았던 김정호, 배호를 비롯, 최양숙, 윤복희, 장사익 등을 다룰 예정이에요."

그룹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2PM' '빅뱅' 등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는 K팝에 대한 판단은 어떨까. "K팝 스타는 정말 대단하죠. 아이돌은 오랫동안 훈련을 받았잖아요. 특히, 움직임의 절제를 높이 사요. 굳이 말하면 우리는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를 수백명을 갖고 있는 셈이죠. 그간 우리나라가 음악적으로는 변방이었으나 중심으로 가는듯한 뿌듯함이 있죠."

물론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있다. "한곡 한곡 따져보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예전 대중음악은 여백이 많아 몰입의 여지가 있는데 요즘 노래들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감정을 이입할 공간이 없어요. 어쩌면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허허허. 그래도 K팝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에요."

요즘 가수 중에서는 엠넷 '슈퍼스타K 3' 준우승팀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인상적이다. "처음에 '산울림'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았어요. 요즘 말그대로 촘촘하게 잘 만들어진 노래와 달리 여백을 갖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어 좋더라고요."

6·25 동란 때 연예인들의 생활궤적을 좇아 생생하게 담아낸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을 펴내 호평 받기도 한 박씨는 이 책을 출발로 시대별로 가요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작곡가 박시춘(1913~1996)과 박춘석(1930~2010) 평전을 집필 중이며 서울신문·조선일보 등에 연재한 글을 묶어 책으로도 낼 예정이다. 가수·작곡가 등의 활동기록을 모아서 인물별로 전시회를 열 계획도 있다. '한국전쟁과 대중가요, 기록과 증언'을 쓸 당시 뮤지션들을 취재하면서 찍은 영상을 편집, 상영하고 싶기도 하다.

대중음악에는 시대를 살아간 서민들의 위안과 희망이 담겨있다고 강조한다. "팝을 주로 듣던 시대에는 가요를 업신여기기도 했어요. 좋은 오디오로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클래식과 올드팝 명반은 앞에 전시해놓으면서도 가요음반은 귀퉁이에 놓고 몰래 듣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대중음악이 교과서에 실리는 등 가치가 커졌죠. 예전에 우리 음악을 소홀히 여기고 금지곡들이 많았던 터라 남아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요. 지금이나마 잘 보전하고 기록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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