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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미운 오리 새끼'인 줄 알았던 페르난도 토레스(28·첼시)가 자신의 진가를 한껏 드러냈다.
스페인 대표 토레스는 15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폴란드 그단스크 아레나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유로2012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4-0 완승을 견인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벼락같은 슛을 날리며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고 후반 25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팀의 세 번째 골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토레스는 다비드 비야(31·바르셀로나)의 부상 후 전술운용에 고심하던 비센테 델 보스케(62) 감독의 고민을 덜게 했다.
보스케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1차전에서 정통 공격수 없는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페인 특유의 패스플레이를 통해 득점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포장됐지만 실은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야의 부상과 토레스의 장기 부진 등이 겹치면서 제대로 된 공격수를 내세울 수 없었다. 최전방에서 한 방을 책임져줄 공격수 대신 미드필드 라인에서 안정적으로 만들어가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공격패턴을 발견했지만 허점을 가리지 못했다. 이탈리아전에서의 '제로톱' 전술은 기대만큼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선제골을 얻어맞으며 흔들렸다. 세스크 파브레가스(25·바르셀로나)의 동점골까지가 '제로톱'의 한계였다.
그래서 다시 정통 공격수 카드를 꺼내들었고 토레스가 기회를 잡았다. 토레스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2골을 몰아치며 자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로2008 결승전 결승골로 스페인 전성시대의 문을 열었던 토레스는 2년 후 맞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지독한 부진을 겪었다.
리버풀에서 첼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2011년 이후 토레스의 내리막길은 계속됐다. 지독한 골 가뭄을 겪으며 플레이는 잔뜩 위축됐다.
긴 터널을 헤쳐나온 토레스는 지난 2011~2012시즌 프리미어리그 막판에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예열을 마쳤다. 지난달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쏘며 팀을 결승에 올려놨다.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날선 슈팅 감각을 통해 A매치에서의 부진을 떨친 토레스는 이날 2골을 몰아치며 부활을 확실히 알렸다. A매치 95번째 출전에 맞은 30번째 골이었다. 3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리오 고메즈(27·뮌헨), 알란 자고예프(21·CSKA모스크바), 마리오 만주키치(26·볼프스부르크) 뒤를 바짝 추격했다.
부진의 그림자에 가려있던 토레스가 어둠을 뚫고 빛을 내기 시작했다. '진짜 9번' 공격수 복귀 신고를 확실히 마친 토레스의 이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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