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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인도수출에 日국내 훈풍…"외교경쟁서 中에 승리" 해석도

연합뉴스 이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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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인도수출에 日국내 훈풍…"외교경쟁서 中에 승리"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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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언론 "인도가 중국과 일본사이 등거리 외교 포기했다" 분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이 고속철 신칸센(新幹線)을 인도에 수출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일본 정·재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일본 언론은 근래 저조했던 고속철 수주실적을 만회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중국과의 외교전에서 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2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협정, 방위장비 및 기술 이전협정체결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가장 주목받는 합의사항은 신칸센 수출 합의다.

일본 언론은 뭄바이-아메다바드 505㎞ 구간에 신칸센을 수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연일 기사와 사설, 칼럼 등에서 인도의 신칸센 채택을 반기면서 이를 계기로 다른 국가에도 추가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신칸센 수출을 이처럼 반기는 이유는 1964년 도카이도(東海道) 신칸센이 개통된 이래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과 세계 고속철도기술을 주도해 오면서도 대만을 제외하고는 해외 수주경쟁에서 번번이 패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수준임을 자부하는 일본이지만 철도차량을 중국에 공급한 정도가 고작이다. 시스템 자체를 수출한 것은 대만이 유일하며 현재 미국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 고속철 업계는 인도 수출성공이 불과 두달 전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전에서 중국에 패한 직후여서 더욱 반기고 있다. 일종의 '설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에 "중국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부담과 채무보증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고 밝혀 중국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음을 내비쳤다.

일본은 인도의 신칸센 도입을 인도 외교정책의 기조 변화로도 받아들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모디 총리 정부가 경제성을 도외시하더라도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중국 고속철을 도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40% 정도 더 들지만 대일관계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해 신칸센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인도는 특정 국가와 동맹관계를 맺지 않는 '비동맹주의'를 고수하며 모든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는 '전방위 외교'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작년 봄 취임한 모디 총리는 인도 외무부에 등거리 외교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호리모토 다케노리(堀本武功) 일본 방송대 객원교수는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대일관계를 우선하는 모디 외교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는 그러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중국이 조성하고 있는 인공섬 등 남중국해 정세와 관련,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넣자는 일본의 제의를 거부하고 "변화에 유의한다"는 표현으로 완화하도록 요구했다.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일본은 신칸센 인도 수출성공이 고속철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비롯, 인도네시아의 추가 고속철 사업에 진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신칸센 시스템이 인도의 다른 노선에도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인도의 후속사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다른 나라에 대한 수출에도 기대를 표시했다.

일본은 뭄바이-아메다바드 505㎞ 고속철 건설비용 80%에 해당하는 120억 달러(약 14조1천780억원)를 연 0.1% 이율에 50년 상환 조건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2013년까지 일본이 제공한 엔차관 누계액은 인도네시아가 4조7천220억엔으로 가장 많고 인도가 4조4천564억엔으로 2위다. 일본이 신칸센 건설비를 예정대로 지원하면 인도가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최대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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